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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ory

[감상] 마당을 나온 암탉(영화)을 감상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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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마당을 나온 암탉이 국내 애니메이션 쪽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 아시나요? 1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애니메이션 팬들은 한껏 기대를 하는 모양이고, 일부는 7광구의 개봉관을 마당을 나온 암탉에게 주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 만큼, 그 기대와 실제 제작사의 홍보 활동도 대단합니다.

이 작품은 원작이 있는 작품으로, 원작 또한 성인용과 아이용으로 나뉘어 있으며, 오래 전에 출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랭킹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둥, 일본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애니 버프(!!!)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기하네요. ^^

저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팬으로써, 마당을 나온 암탉을 보고 왔습니다. 아침인데도 어린 친구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그와 함께 많았던 것은 역시 부모님들.. ^^ 혼자 쓸쓸하게 보러 간 거라 만감이 교차했어요. ㅜ_ㅜ..

 

 

 

원래 뭔가 사진을 찍고 그것을 올리는 취향은 아닌 터라 사진은 단 한 장 밖에 없습니다. ^^; 그럼 이제 감상 후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절대로 리뷰가 아니라는 것을!! 저는 언제나 제가 보고 느낀 것을 적습니다. ㅠ_ㅠ 리뷰라고 부를 만큼 그렇게 글을 잘 쓰지 못해요.

 

 

기본적으로 이 이야기의 시작과 베이스는 다른 작품에서도 얼핏 보이는 '알을 품었더니 자기 새끼가 아니라 다른 새끼였구나'라는 식의 전개가 이어집니다. 물론 몰라서 품는 게 아니라 알고 품는다는 것이 조금 다르죠.

주인공 잎싹이는 양계장에서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마당으로 가고 싶다는 일념 하에 단식 투쟁(?)을 해서 마당으로 가게 됩니다. 그러던 중, 사냥 중이던 족제비를 만나 죽을 위험에 처합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한 간지 폭풍의 천둥오리가 잎싹이를 구해줍니다.

그러한 사투와 고생 끝에 도착한 마당. 그러나 마당에는 높은 서열만 존재할 뿐, 어린 애와 다름 없는 잎싹이를 반겨주지 않습니다. 실망감에 마당을 나온 암탉, 잎싹이는 그렇게 수달인 달수에게 어렴풋이 자리를 빌어 살아가게 됩니다. (자칭 공인중개사 달수..)

자신을 구해준 천둥오리(이하 나그네)를 짝사랑 한 잎싹이지만 그에게는 이미 어여뿐 처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족제비가 처자를 물어가고, 결국 족제비와 나그네는 다시 한번 대판 싸우게 됩니다. 몇 날 몇 일을 싸우던 중, 우연히도 잎싹이는 나그네의 알을 품고 맙니다.

결국, 나그네는 알이 깨어나면 늪으로 가라는 말만 남기고 결국, 족제비와 싸움 중 장렬히 동반 자살을 시도하지만 족제비는 살아 남고, 나그네는 족제비의 밥이 되어 잎싹이와 그 새끼 초록이를 지켜냅니다. 나그네의 죽기 전 모습을 모두 본 잎싹이는 굳은 다짐 끝에 늪으로 향하게 되고..

시간은 흘러, 초록이가 어른이 되면서 겪는 일들을 애니메이션 내에서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단순히 잎싹이만의 이야기가 아닌, 사춘기와 서로 종이 다르다는 것들을 둘이서 함께 겪어나가는 모든 것을 포함합니다.

 

1. 전체 줄거리에서 엿볼 수 있었던 것들

 

전체 줄거리는 단순한 모성애만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면에서 반드시 어린이들만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극장에 보러 갈 때만 해도 어린이와 어른들이 동반으로 입장하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제 생각을 정리하고 또 글로 옮겨보자면 의외로 어린이들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종종 있고, 이것들은 나름대로 신중하고 또 진지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그러한 것들 중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제가 눈치 챈 몇 가지)를 소개하고 그에 대한 느낌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문가가 아니므로 모를 수도 있는 건 이해해주세요. 뭐 보시는 분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1-1 자유를 소망하는 모습

 

가장 먼저, 잎싹이가 자유를 소망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영화 중에서 잎싹이는 불임으로 나옵니다(직접적으로는 안 나오는 걸로 압니다). 아름다운 꽃잎들이 닥치는 것을 갈망하면서 자유를 소망하는 것은 어린이들 눈에서 가축과 사육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만들어주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유를 소망하면 잎싹이가 결국 밖으로 나왔을 때, 즉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들이 성인으로써 독립하였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면, 자기보다 강한 사람, 족제비가 자신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기도 하고, 사회 계층에서는 서열에 따라서 홀대를 받기도 하는 둥..

결코 호기심과 순진함 만으로는 세상이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사회 계층에서의 홀대는 후일에 늪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게 되는데, 결국, 잎싹이는 자유를 얻어 세상을 향해 밖으로 나왔지만 그만큼 그에 동반한 위험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말이야 이렇지 상당히 씁쓸한 내용이죠. 자유를 소망하여 밖으로 나왔는데 결국 존재하는 것은 사회적 홀대.. 잎싹이는 나쁘게 말하면 초록이와 나그네의 죽음을 보지 않았더라면 자연스레 외로이 죽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저 또한 고등학교 3학년 사회로의 진출을 앞두고 있는 사람으로써,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가 얼마나 편한지, 사회가 얼마나 험한지 서서히 깨닫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른 분들은 그저 재미있게 볼 수도 있었던 부분을 충분히 비관적으로 보게 된 것 같네요. 아휴~ 암울해지네.. ^^;;

 

1-2 자신의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

 

불임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영화 내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배려한 것이겠죠. 그러나 간접적으로는 나왔는데, 결국 잎싹이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고, 초록이를 비공식 입양(?)하게 됩니다. 영화 중간에 보면 초록이가 조금 컸을 때, 다른 오리들과 싸우는 모습이 있습니다.

아카펠라 같은 두 화음이 어우러져 재미있게 표현 했지만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이건 우리 사회에서도 충분히 있는 일이 아닐까, 쉽게 추측할 수 있는데, 자신과 색깔이 다르다고 비난하는 모습은 다문화 가정(혼혈) 등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요? 결코 남의 얘기는 아닙니다.

결국 사춘기에 접어든 초록이는 '엄마는 닭이고 나는 오리니까 다르다'라는 식의 취지로 말을 해 버리고 말죠. 입양은 또한 사회에서의 민감한 이야기인 만큼, 역시 1-1과 같이 단순히 가볍게 볼 문제뿐만은 아닙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머니와 아들 둘 다의 마음이지만, 아들의 마음은 너무나도 쉽게 변질되어 버리고, 어머니의 마음은 그만큼 찢어집니다.

결국 입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에서 배려하는 시선이지만, 영화 내에서 초록이는 그렇지 못하죠. 결국 그들의 엉덩이 부근에 꽃을 꽂는 것으로 일단락 되고 마는데, 재밌게 보인다면 재밌게 보이는 부분이건만 결코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단순한 입양 문제뿐만 아니라 이 부분을 통해 초록이는 자신이 누군가를 이해하려 시도하게 됩니다. 어머니와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심지어 몸도 그것을 반증하고 있지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물갈퀴를 이용해 헤엄을 쳐 온 초록이는 잠수도 배우고, 비행도 배우게 되죠.

언제나 자신을 따라다녔던 귀여운 초록이가 아닌 만큼, 영화 내에서 초록이가 '나는 날개가 간지러워요, 뭔가 하구 싶다고요!'(대사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도는 정확한데..) 라고 말하는 부분의 잎싹이의 느낌은 참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네요.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결국 부엉이, 박쥐, 수달에게 잠수 및 비행 등을 배우게 됩니다. 이 부분은 초록이가 자신의 갈 길을 찾아 떠나는 것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독립이 다가옴을 서서히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ㅎ

 

1-3 모성애

 

예전에 유행했고 지금도 있을 기러기 아빠라는 말을 아십니까? 물론 기러기 아빠는 잎싹이의 경우에 해당이 되지 않게 되어 버렸지만, 결국 모두 자식들을 사랑하고, 자식이 좋은 곳에서 편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는 일이겠죠. 작품의 모성애도 지지리도 짙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의 사춘기에는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결국 아이가 울면서 자신에게 다가오게 되면 두 손(날개)을 활짝 펴 안아 주는 것은 절대 대가를 바래서가 아니죠. 그 사랑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을 만큼 짙다고들 흔히 말하고 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잎싹이도 자신이 낳은 알은 아니지만, 끈끈한 유대감에 의해 초록이를 끝까지 보살피게 됩니다. 작품 내에서는 참 이래저래 고생이 많은 잎싹이죠. 보금터에서 싸우는 모습이나, 초록이가 사춘기를 겪게 되면서 자신에게 반항해도 눈 감고 넘어가주는 모습은 현대 어머니와 아버지를 꼭 닮았다고 생각됩니다.

이 모성애는 병든 닭이 되어가던 잎싹이가 양계장 마당에 끌려간 초록이를 위해 마당을 한바탕 휘젓는 등,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과 딸이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달려와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님뿐이죠. (달수 씨, 당신을 무시하는 건 아니에요!)

이 모성애의 최고조는 초록이의 발에 묶여 있던 붉은 끈을 입으로 쪼아서 쪼개주는 것에서 볼 수 있는데, 자신이 다쳐가면서도 아들의 미래를 위해 힘써가는 어머니의 모습은 절대, 절대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그만큼 잎싹이의 생각과 입장도 이해가 가구요.

저도 이때는 굉장히 마음이 찡했고, 극장의 다른 어린 친구들과 어머님들도 안타까움의 소리를 내셨습니다. 결국 부모란 그런 존재이고, 자식은 그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부모님의 사랑에 비례해서 그만큼 돌려줄 수 있을지 참 의문이군요. ^^;

 

1-4 자신의 꿈과 희망을 위해

 

마지막 부분에서 초록이는 오리들의 파수꾼이 되기 위한 대회에 도전하게 됩니다. 자신이 갈고 닦았고 노력했던 것들을 어머니의 응원과 함께 파수꾼 대회에 도전하게 되는 거죠. 그 장면을 보면서 드디어 이 애니메이션이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런 장면은 어느 영화를 보더라도 다 있는 장면인데 매번 감정 이입이 새로이 되고 질리지 않는다는 점이죠. 여기에서도 물론, 초록이를 방해하는 무리들은 있습니다. 그러나 초록이는 멋지게 타인의 방해를 무시하고, 오히려 반격하죠.

이 파수꾼 대회는 또 다른 의미로 초록이가 무리에 합류하기 위한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 전에는 끈 때문에 차별 받았지요. 천천히 계속 보다 보면, 초록이가 비행 중 악재를 하나씩 물리쳐 갈 때 '어머~ 쟤 너무 멋져~' 같은 여성 오리(?) 팬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실제 캐스터 및 해설 역의 오리도 초반에는 초록이를 눈엣가시로 보다가 후반에는 같이 응원하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이죠.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자신이 있는 것을 보여준다면 누구라도 인정 받을 수 있다, 라는 교훈은 이미 흔하디 흔하지만 실천하기 쉬운 교훈은 절대로 아닙니다. 또한 비행의 후반부에는 철창이 있는 곳으로 무리하게 가는 부분이 있는데, (기억이 안 나시는 분은 마당을 나온 암탉 홈페이지에 나오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무리라는, 결국 그것은 자신 내면의 '공포'와의 싸움임을 깨닫고 정면전으로 돌입하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자신이 발로 내려오는 철창을 차내면서 어려움을 이겨내죠.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초록이는 승리를 거머쥐고, 파수꾼이 됩니다.

이 장면에서 초록이는 완벽한 어른이고, 늠름한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미인 잎싹이는 다 보았죠. 자신의 아들이 독립할 때는 드디어 깨달았을 겁니다.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이며, 전형적인 부분이지만, 말 그대로 비상(飛上)하는 장면은, 차별에도 굴복하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누구나 이 장면에 전율하게 되죠. ^^

 

1-5 먹이사슬 (+약간의 모성애)

 

맨 나중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결국 겨울이 다가와 오리들과 함께 떠나게 된 초록이. 당당하게 아버지의 입지를 이어 받은 만큼, 어머니와의 이별을 참으로 슬퍼하지만, 어머니는 끝끝내 족제비의 보금자리를 보고 맙니다.

족제비의 보금자리에서 보았던 것은 자신이 초록이를 볼 때와 똑같았던 어린 아가들.. 후에 족제비는 초록이를 인질로, 잎싹이는 족제비의 아기들을 인질로 잡게 되고 대치하게 됩니다. 이 때 잎싹이는 족제비 또한 자기와 자기의 새끼들을 위해 사냥을 해왔던 것을 깨닫게 되죠.

결국 족제비는 닭들의 먹이사슬 위에 있던 존재가 되는 거고, 족제비가 오리와 닭들을 사냥했던 것, 그것은 결코 양계장 주인처럼 과욕이 아닌, 살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그 때에 마음만 먹었으면 잎싹이는 나그네의 원수를 족제비 새끼들을 죽이는 것으로 끝낼 수 있었지만, 잎싹이는 결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죠. 사소한 복수 보다는 자신의 새끼들 돌보는 마음을 더 빨리 이해하고 존중했던 것입니다.

결국 어머니의 지혜(?)로 초록이는 자신의 앞 날을 찾아 자신을 키워주었던 어미, 잎싹이를 떠나게 되고, 잎싹이는 추워서 굶주린 족제비 새끼들을 위해 족제비의 먹이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것이 더 감정적으로 극대화 되었을 뿐.

결국 이 영화의 악으로 나왔던 것은 족제비였지만, 실질적인 악은 양계장 주인이었고 족제비는 자신의 임무와 자신의 새끼들을 위해 충실을 다한 것뿐이었죠. 결국 마지막에 잎싹이는 이를 이해하게 되고 예전에 자신이 초록이를 살리기 위해 별짓을 다해왔듯, 족제비의 새끼들을 위해 먹이가 됩니다.

끝끝내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에서 먹이사슬에 대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인간이라는 존재는 반드시 필요해서 먹는 것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해서 '사육'하는 것과, 먹이사슬의 위에 있는 족제비는 '필요에 의해' 사냥을 하는 것, 마지막 부분 또한 족제비의 모성애였음을 감안하면…

생각해보면, 필요 없다고 막 버리는 양계장 주인과, 새끼 하나라도 살리는 잎싹이의 모습은 생명의 무게가 어떠한지 인지시켜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생명은 소중하다, 라.. 사실 이걸 아침에 보고 점심에 닭발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이 부분에서 먹을 맘이 싹 사라지더군요. ㅜ_ㅜ

 

 

번외편(?) : 나그네는 대인배!

 

글의 흐름과 상관 없이 그냥 적어보는 겁니다만, 극 초반에 족제비가 나그네의 아내인 오리를 죽이고 떠나죠. 그런데 철 없는 잎싹이는 엄마가 죽은 것을 뻔히 보고도 알을 품고 맙니다. 참.. 그 때 나그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요? 자기 아내는 죽었는데..

안지 몇 일 안 된 애가 갑자기 자신의 아기가 될 알을 대신 품고 있는 걸 보고 있을 때, 한대 쥐어박고 싶지 않았을까요? 이야기의 흐름 상이었겠지만, 참 나그네는 대인배가 아닌가 싶어요. 밤마다 족제비와 싸우는데 그것을 몰라주는 잎싹이에게 오히려 늪으로 가라고 살 곳을 정해주기도 하고 말이죠.

불쌍한 캐릭터.. 나그네.. ^^; 그래서 잎싹이가 더 열심히 초록이를 위해서 살아온 것일까요?

 

 

2. 상당히 화려했던 파스텔 톤 배경, 3D, 효과

 

눈치가 빠른 분들이 아니어도 척 보면 딱 이었겠지만 파스텔 톤 배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실제 배경을 그려 놓고 그 위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따로 덧씌운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제가 이런 쪽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자주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파스텔 톤은 화사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은 분위기를 내주는데, 작품 내의 '재미있지만 그래도 꽤 무거운 주제야!'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이, '화려하지만 결코 강렬하지는 않은' 효과를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됩니다.

뭐, 다르게 생각해서 잎싹이의 눈에는 모두 다 파스텔 톤 같이 화사하게 보였을 수도 있겠죠. ^^ 그렇게 갈망하던 세상이니..

마지막 부분에서 초록이가 경쟁을 할 때에 많은 오리들은 부분적으로 3D를 채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끔가다 2D 애니메이션에 3D가 나오는 곳도 있길래 설마 이 쪽도 나오나 싶었거든요. 결국 나오더군요. 그래도 작은 부분이어서, 적당히 작업량을 줄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2D가 주인 곳에서 3D가 갑자기 많아지면 눈이 불편한데, 그렇게 대놓고 3D를 투입하지 않아서 재밌습니다. 특별히 재미있던 곳은 맨 마지막 부분이었는데요. 파스텔 톤 배경, 3D도 좋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초록이가 결승선을 향해 일,이 초를 다투던 때의 효과는..

그냥 컷들을 빠르게 교체하는 형식으로 표현했더군요. 중간 중간에 세세한 스케치 부분을 남겨둔 것을 조금씩 끼어두면서 계속해서 빠르게 바꿔가면서 보여주는데, 제가 정확하게 용어를 몰라서 말로 표현이 조금 힘들지만, 이런 컷이 저렴해 보이기는 해도 오히려 무난하게 나았다는 평을 하고 싶습니다.

어렴풋이 이상하게 박진감을 주려는 시도도 좋겠지만 이는 관객 상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었으니, 컷들을 초, 프레임 단위로 교체하며, 그 속도를 점점 더 빠르게 유지시키는 것은 단순한 효과이지만 긴박감을 주기에는 좋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웃는 아이들도 꽤 있더군요. 여러 의미로 웃기고 재밌었어요. ^^

품질이건 뭐건, 결국 어린이들에게 어필해야 좋은 게 아니겠어요. 의미만 전달되면 일단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거니까요.

 

3. 각자 특색 있고 다채로웠던 - 성우!

 

국내 더빙계도 은근히 팬 층이 있는 만큼 성우 또한 무시하지 못합니다. 처음 잎싹이의 목소리(문소리 씨)는 '너무 높았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새로운 세상을 보고 들떠 있음을 잘 어필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좋았던 캐스팅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그 밖에 극 초반에 등장했던 나그네의 목소리(최민식 씨)는 정말 닭살 돋았죠! 그 목소리가 너무 '백마 탄 왕자' 이미지의 어필을 해주고 실제 애니메이션 내에서도 늠름한 모습을 하는 게 너무 웃겨서 전 손가락 발가락이 다 오글거렸습니다. 오글거렸으니까, 캐릭터와 성우가 잘 매치가 되었다는 뜻이겠죠. ^^

그리고 달수(수달)!! 박철민 씨가 맡았는데 목소리 처음 딱 듣고 '아 이건!!!!' 불멸의 이순신의 김 완이구나!!!! 그 특유의 사투리와 빠른 말투, 감칠맛 나는 언어 유희 등은 정말 극 중 분위기가 어두우면 어두울 때, 밝으면 밝을 때 가리지 않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제가 이 배우 분은 정말로 좋아하는데, 절대로 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절대로 밋밋하지 않은 느낌의 대사 풍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특히 달수는 캐릭터 자체가 코미디 캐릭터이며 모션도 여러가지 웃긴 모션(생선뼈로 머리를 빗거나 하는 장면들)이 많아서 캐릭터=성우가 가장 잘 매치가 된 부분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워낙 애드립의 정평으로 나있는 배우라 이번에도 대본과 애드립의 사이를 왔다 갔다 한 부분도 몇몇 보였는데, 대본이 원래 그런지, 애드립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네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본이 그렇게 감칠맛 날 수는 없으니 애드립이 조금 더 첨가되지 않았을까요? ^^

녹음 과정에서 나온 애드립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에 과하지 않게 적당한 애드립으로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으니까 편집자와 감독이 승인한 것이겠죠. 박철민 씨의 달수 캐스팅은 정말 대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극찬!! 극찬!!!

그러나 항상 좋은 평만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모두의 성우는 좋았고, 달수의 성우도 마음에 들었지만 한 분 아쉬웠던 성우가 있었습니다. 초록이 사춘기 때의 목소리인데요. 아.. 영화 보는 내내 정말 집중도 안 되고.. 원래 목소리 톤이 그렇겠지만, 감정이 더 고조되어야 할 때인데 혼자만 목소리가 그 평상시를 유지하는 등… 바로 유승호 씨.

개인적으로 딱히 안티고 뭐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초록이의 캐릭터 비중이 주연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유승호 씨를 꼽은 것은 이 영화의 옥에 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제 귀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즐겁게 애니메이션 세상을 지켜 보고 흠뻑 빠져 있었다가, 초록이 목소리가 나오면, 갑자기 '성우'와 '그림'이 따로 노는 느낌을 받게 해주는 정도였습니다.

초록이 성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준수하고 각자 특색 있는 연기를 잘 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박쥐나 부엉이 성우 분들도 좋았고, 달수라든가, 달수라든가, 달수는 정말 최고였지요. 그 밖에 닭살 캐릭터 성우, 기타 오리나 수탉 성우 분들도 감질 맛 났습니다.

결코 초록이 성우 분이 못한 것은 아니라고 보면, 다른 분들이 너무 뛰어나서 였을까요? ^^; 과연 그럴지, 아닐지.. 성우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므로, 또한 그래서 솔직하게 말한다면, 초록이가 다 컸을 때의 목소리는 여러 의미로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몰입이 안 되었다고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친절한 금자씨의 패러디)

 

4. 전체적인 작품의 평가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애니메이션 계에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다면, 과장 없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거의 사장 수준이고, 있더라도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임이 한계입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 같은 경우 전 연령층이거나, 특이 10대, 20대들을 타깃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많죠. 그런 관계와 더불어 관객 수 100만은 상당히 넘기기 힘든 숫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국내에서 아직도 10대나 20대 층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은 찾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10대와 20대를 타깃으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코 어린이들의 웃음 만을 위한 애니메이션은 아니었습니다. 이 두 부분은 모두 원작의 입김이 불었겠지만, 원작에서는 어린이들을 타깃으로, 결코 쉽지 않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러한 부분들을 어느 정도 잘 살렸다고 봅니다. 영화이기에, 영화라서 원작과 다소 각색된 곳도 있고, 2시간 남짓하는 짧은 '영상 페이지'에 깊은 뜻을 다 담기에는 다소 빡빡해 보이는 것도 틀림 없는 사실입니다. 너무 길어도 어린 친구들에게는 어필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러나 원작을 뛰어 넘는 영화나 기타 매체는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기에, 저는 이 정도 퀄리티로 뽑아낸 것에 대해서는 크게 아쉽지 않습니다. 원작을 잘 살리지 못하고 더 심하게 망친 경우의 영화는 정말 두루두루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원작이 너무 뛰어나거나.

잎싹이가 영화 중간에 초록이 새끼를 데리고 숲을 지나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상황에 숲 속에 사는 여러 친구들의 코믹스런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대놓고 나오지는 않고, 사이드에 나오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재밌습니다. 단순히 숲을 지나가는 턴이었지만 빠르게, 또 즐겁게 숲 속의 캐릭터가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스크린의 한쪽을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숲 속에서도 약육강식이란 게 있을 터인데, 결코 '잡아먹는' 부분은 없었다는 점입니다.

원작이나 영화나 할 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결코 짧은 시간에 말해야 했던 것들, 짧은 시간에 파악해야 했던 것들, 느꼈던 점들, 재미있던 부분들, 그리고 영화를 본 지금 이 순간, 내가 잊어버렸던 것들..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을 모두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못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 기억이 가장 먼저 판단한 바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그 판단을 이어 가야 합니다. 제 기억이 가장 먼저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느낀 것은, 세세한 점에서부터 꽤 터치가 좋았다, 원작을 완벽하게 다 표현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중간 이상은 했다, 그래. 적어도, 원작이 표현하고 싶은 바의 대부분은 표현하지 않았나.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은 아직도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하청 업체로써 이름을 휘날리고 있다고는 하나, 국내 애니메이션의 특성, '애니메이션 = 어린이들을 위한 것'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공식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고스트 메신저'나, '마당을 나온 암탉'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그들을 응원합니다. 물론, 응원이라고 해서 무분별한 소비를 해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나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끌어 나가는데 조그마한 보탬이라도 된다면 영화 한편 정도는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충분히 재미있고 충분히 잘 표현했습니다. 하지원이니, 제 7광구이니 말은 많지만, 저는 그런 영화보다는 이 애니메이션을 권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안 좋으니 영화를 보아달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충분히 재미있고 충분히 잘 표현했기에 추천하는 겁니다.

자, 제 이야기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극장으로 가서 한번 감상해 보세요. 따뜻한 모성애와, 즐거운 스토리들, 그 안에 존재하는 암암리의 무거운 이야기들은 보고 난 후 자신의 몸을 오싹하게 만들 겁니다. 올해 하반기 대작은 '마당을 나온 암탉'입니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고, 거짓이 아닙니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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