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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ory/Dream

Disciples Of Babylon, Go to the Loregard!

글을 쓰기에 앞서, 적습니다. Loregard는 로레가드가 아니라 로어가드입니다. ;ㅁ;.. 지난 게시글 전부 수정 완료 하였습니다.

수호의 라고 할 때 어법상 맞지 않는 것 같아, (XX)하는 자, XXX로 부르기로 변경하였습니다. T_T 즉, 수호하는 자, 파괴하는 자가 됩니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리아 님"

칼루스는 천천히 말했다.

"제 인생의 목적은 이제 시작입니다."

시리아는 조용히 칼루스의 말을 기다렸다. 칼루스는 계속해서 말했다.

"영생의 전사인 나, 칼루스는 목숨을 다하여 사명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거북했다. 그러나 거절하기 힘들었다. 그랬다. 그런 힘이 칼루스의 말에 담겨있다.

"난 이 황무지를 가로 질러 많은 곳을 지나왔습니다(I have traveled far and wide across the wasteland). 하지만 아직도 난 나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해답을 찾아 해매고 있습니다( Still searching for the answers for the right to understand) . 오늘로써 그 방황은 끝입니다."

 

"지금 나 칼루스의 이상은 내 앞에 있는 바빌론의 제자인 당신을 전력을 다해 목적을 완수시키도록 돕는 것. 그것 하나.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고 칼루스는 고개를 45도 각도로 푹 숙인 후, 시리아의 손에 입맞춤을 했다. 어색한 의식 같은 것이 끝이 났다. 해가 뉘엇뉘엇 저물어갔다. 자신이 얼마나 잤는지 이제 깨달았다. 그리고 긴장이 풀린 나머지, 해가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시리아는 천천히 말했다. 미소를 띄었으며, 의문이 몇 가지 남긴 했지만, 그건 그 대로 내버려두기로 했다. 오늘은 단 시간에 너무 바빌론에 대한 걸 많이 알아버렸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생각난 게 있다.

 

"그런데, 저 밖에 킥킥 거리는 것들은 뭐죠?"

줄곧 궁금했다. 자신을 매우 불쾌하게 하였으나 칼루스에 가려진 그 생물체들.

"그건 데스 스쿼드(Death Squad)입니다. 보통은 어둠 속에서 살며, 사람들을 적대시 하지만 공격은 하지 않습니다. 공격하는 데스 스쿼드는 최상인 데스 스쿼드 하이브(Death Squad Hive)입니다. 보통 데스 스쿼드는 악마와 같은 날개가 한 쌍 달려 있고, 얼굴은 뼈 밖에 없으며 몸은 천으로 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데스 스쿼드 하이브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로어가드 숲의 어딘가에 존재한다 전해집니다만, 아직 그를 찾으러 작정하고 간 사람들 중에 생존자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데스 스쿼드는 칼루스와의 짧은 전투 때에도 언급된 적이 있었다.

 

"좋은 생물은 아닌 거군요?"

"보통은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만 그들은 어둠이 강해질수록 더 강대해집니다. 또한 합하기도 하기 때문에, 경계해야 합니다. 좋은 생물은 아닙니다."

데스 스쿼드들의 정체도 알아냈겠다. 그저 피곤해져버렸다. 요 근래에 몇 일 동안 자주 충격적인 내용이 접해온다. 바빌론의 제자들이라는 이유 때문일까. 당장이라도 자고 싶었지만, 칼루스에게 확실시 해야 할 게 있다.

 

"아, 그리고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시리아 님"

"남은 여섯 명의 제자들에 관한 것입니다."

"..?"

 

칼루스의 얼굴은 의문으로 물들여졌다.

 

"일단, 현재 깨달은 제자는 저 혼자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단 다른 제자들을 깨우쳐야 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칼루스는 시리아의 말을 이해했다. 확실히, 제자가 모여있다면 이렇게 혼자 다닐 일이 없으리라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 제자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아직은 모릅니다."

 

"그럼 한정 되어 있습니까? 로어가드에 한명, 엔슬롯에 한 명 이런 식으로?"

"아직은 모릅니다. 다만, 누구라도 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칼루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은 없다. 누구라도 될 수 있다고는 분명 바빌론도 말하지 않았지만 왠지 그것은 그럴 것 같았다. 칼루스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래서 지금 짚이는 곳은?"

"로어가드의 수도 도하에 있습니다."

"근거는 있습니까?"

"없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모험심이라서요."

"이해합니다."

 

짧은 대화가 오고 갔다. 확실히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오늘은 쉬십시요. 해가 저뭅니다."

그렇게 말해준 칼루스가 너무 고마운 시리아였다. 시리아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툭툭..

누군가 자신을 흔든다.

짜증이 솓구쳐 오른다.

대체 누가 나한테 이런 짓을.

툭툭..

"으으?"

시리아는 부스스 눈을 떴다. 눈 앞에는 칼루스가 메르테스를 들고 서 있었다.

"일어나십시오. 시리아"

분위기가 달랐다. 무엇인가 심각하다.

"무슨 일이죠?"

뭔가 좋지 않은 감촉이 자신을 덮쳐왔다.

"데스 스쿼드가 하이브로 진화해버렸습니다."

조용히 칼루스는 대문 밖을 응시하며 말했다.

"데스 스쿼드 하이브?"

영문을 모르겠다. 갑자기 왠 데스 스쿼드가 하이브로 진화?

"데스 스쿼드는 위협적이지 않지만, 조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합쳐지면 데스 스쿼드 하이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였다. 시리아는 조용히 칼루스를 올려다 보고 있었으며, 칼루스는 조용히 문 밖을 응시하며 계속 말했다.

"당장 준비하십시오. 이 곳을 떠납니다."

데스 스쿼드 하이브의 힘이 어떤진 모르겠지만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원래 짐이 없지요."

시리아는 천천히 일어났다.

"데스 스쿼드 하이브는 처음 본 상대의 모든 능력을 갖춥니다. 그는 흉내낼 수 있으며, 그 위력 또한 흉내냅니다. 모습도 흉내내죠. 그러므로, 아직 공격은 하지 않을 겁니다. 흉내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제 이해가 갔다. 위력을 복사한다면 좋은 일은 아니다.

 

"쉿.. 옵니다."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오두막집의 지붕이 통째로 날아가버렸다.

"이런.."

칼루스는 조용히 신음소리를 냈다.

받칠 것을 잃은 기둥은 소리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데스 스쿼드들의 공격으로 가로로 2등분이 되었다. 그러자, 시리아와 칼루스 모두 데스 스쿼드 하이브를 보게 되었다. 동시에 보면 어떤 효과가있지? 라고 시리아는 급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한 시리아는 물었다.

"저기, 칼루스"

"네"

"복사할 상대가 둘이면 어떻게 되죠?"

"두 능력을 합칩니다."

"우리 둘다 봤죠?"

"그렇지요."

"이런.."

그 둘은 태연하게 말했다.

모습은 시리아였다. 뒷 머리를 땋은 어린 미소년. 그러나 뒤에는 메르테스가 들려져 있었다.

 

"죽..이고.. 싶어.."

시리아의 모습을 한 하이브는 시리아의 목소리로 말했다.

샤삭-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다가왔다.

순식간에 시리아의 눈 앞에 있다.

"이런!!"

시리아는 황급히 외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메르테스가 시리아의 머리가 있던 장소를 가로지른다.

움직임이 장난이 아니다. 눈을 감지도 않았는데 다시 사라졌다.

이번엔 칼루스의 옆에 있다. 하이브 시리아는 눈을 잔인하게 빛내며, 긴 메르테스로 칼루스를 찍으려고 했다.

탕-

힘겹게 칼루스가 견뎠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아무리 강해도,"

메르테스가 요동친다.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습니다."

친구에게 말하는 것 같다. 메르테스가 보라 색 기운을 머금었다. 요동치고 있었다. 공기의 흐름이 떨렸다.

"다가오지 마십시오."

메르테스를 강하게 한번 휘둘렀다. 분명히 휘둘렀을 뿐인데, 칼루스의 시야가 닿는 모든 곳이 초토화 되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이번엔 시리아가 반격에 나섰다. 먼저, 하이브 시리아에게 다가선 후, 강하게 어깨를 내리쳤으나 회피 당했다. 하이브 메르테스와 시리아의 손이 여러 번 맞부딪혔다. 칼루스가 옆에서 거들었다. 2:1의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하이브 시리아는 그 둘을 커버할 수 있는 눈치였다.

 

"시리아, 그 장갑을 사용하십시오!"

계속해서 하이브 시리아를 구석으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칼루스가 말했다.

"장갑이요? 어떻게요?"

하이브 시리아를 몰아붙이고는 있는데, 정말 힘들다. 그런데 왠 장갑.

"그 장갑은 어떻게 얻었습니까. 그 장갑의 존재 이유도 모르는 것입니까!"

분명히.. 기억은 난다. 자신의 능력에 반한 힘을 내 준다고 노인은 그렇게 말했다. .. 어?

"설마.."

"그렇습니다. 그 장갑은 세상에 두 개 밖에 안되는 장갑. 선택의 장갑(Optional Glove). 자신의 기를 이용해 칼날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하이브 시리아를 몰아 붙이고 있었다. 잘 집중이 되지 않는다. 손 끝에 닿는 무엇인가에, 집중한다. 그 곳으로 자신의 마음을 쏟아 부었다.

천천히 선택의 장갑이 빛을 발했다. 역시나 푸른 색이다.

하이브 시리아를 향해 휘둘렀다. 맨손으로 때린 것과는 비교도 안된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부터가 다르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기는 크기를 늘릴 수도, 주먹만큼 작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선택의 장갑이 빛을 발한다.

시리아는 하이브 시리아의 허리에 손을 갈랐다. 맞지 않을 거리였다. 그러나 푸른 빛의 기운은 순식간에 장검이 되었다.

하이브 시리아의 허리가 잘려나갔다.

 

"하아..하아..하아.."

정말 힘들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 곳을 떠납니다. 로어가드로 향합니다."

칼루스는 휴식의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것도 그런 게, 아직 데스 스쿼드들은 많다.

"그렇지만 이거.. 너무 지쳐요.."

시리아는 헐떡 거리며 반론했다.

"물론입니다. 처음 사용자가 처음부터 그렇게 큰 칼을 내다니, 뜻 밖이군요. 더 익숙해지면 사용하기 편합니다."

칼루스는 냉정히 말했으나, 다정했다. 그리고 뛰었다.

"어서 가야합니다. 하이브는 곧 살아납니다."

"알겠어요.. 알겠다구요!"

시리아와 칼루스는 한 없이 드워프들의 숲을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쯤 달렸을까? 그들의 건너편에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 곳은 드워프들의 숲의 마지막, 망각의 강(River of Oblivion)입니다. 한 방울로도 일 주일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고 하더군요."

조금씩 가까워지는 건너편 호수를 지긋이 쳐다보며, 칼루스는 말했다.

 

확실히 그랬다. 망각의 강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답게, 근처엔 새나 식물이 없다. 그저 잔잔한 물이 고여있을 뿐. 썩지 않는 것은 신비의 힘이라 하겠다. 그 보다 썩는다는 것 조차 망각되는 것 같았다. 그런 강이었는지 싶다.

"섬뜩한 이름이에요."

천천히 시리아는 말을 이어나갔다. 많이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지 힘들진 않았다. 그 보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오히려 아까부터 선택의 장갑을 이용해 힘을 늘이고 줄이면서 나뭇가지들을 자르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과연, 기의 흐름에 따라 강도는 약해지고 강해졌으며, 나뭇 가지들은 나뭇 가지가 아니라 실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저 긋는 것 만으로도 후파가 매우 큰 것 같다. 기뻤다. 그리고 궁금했다. 그 노인은 대체 누구일까?

 

그들은 천천히 망각의 강을 지났다. 망각의 강을 조금 지나면 바로 절벽인데, 로어가드의 숲 드워프들의 숲은 매우 높은 고지였던 것인지, 아니면 로어가드가 그 밑에 존재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드워프들의 숲은 매우 높은 곳에 있었고, 깎아지르는 절벽 아래에 로어가드가 존재했다. 시리아도 들어본 적은 있다. 드워프. 즉 난장이들의 나라. 그러나 인정이 많으며, 인간들과도 상당한 교류관계를 지니고 있는 로어가드는 일년 내내 꽃으로 화사하게 물들고 있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꽃이 피어 있던 자리에는 까마귀와 악령들이, 그리고 아이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눠야할 집에는 그저 거미줄만이 존재하던 터였다. 로어가드는 죽음의 땅이 된 것이다. 로어가드는 평지에 세워진 왕국이었는데, 드워프 왕인 엘더 (King of Dwarf, Elder)는 이미 세상에 없는 눈치이다. 많은 집들을 둘러싼 성벽은 이제 악령들만이 공허한 어둠 속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곳곳에는 모습을 갖춘 데스 스쿼드들도 보였다.

 

"생각보다 더 처참하군요."

칼루스는 아랫 입술을 가볍게 깨물으며 말했다. 분노로 몸이 일그러지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요. 그런데 목적이.."

 

그리고 시리아는 생각했다. 일단 궁극적인 목적은 '로어가드로 쳐들어 가자'가 아니라 그저 마음에 끌려 '소녀가 여기 있을 것 같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되는 걸 보고 있자니 그 소녀가 어찌어찌 강하던, 약하던 그리고 죽었던 살았던 여기에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로어가드는 그 정도로 타락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데, 로어가드의 폐허 성문 앞을 지나가는 망토 차림의 누군가가 보였다.

 

"칼루스, 저건 누굴까요?"

시리아는 칼루스를 부르고, 성문 앞을 태연히 지나가는 망토를 보았다. 위에서 보았기에 망토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게요. 대체 누군데 이런 곳에, 꼭 이런 길을 지나가는 걸까요?"

 

"잠깐 저 분을 불러 세워볼까요?"

"그럴 권한이 있다면."

"없다는 것도 아니겠군요."

칼루스는 권한을 앞세워 반대하는 듯 하였지만, 시리아는 나름 머리 쓴 대답으로 넘겼다. 칼루스는 쓴 웃음을 지었다.

"앞 날이 컴컴 합니다 그려."

그리고 시리아는 웃었다.

"가보죠."

 

그 둘은 절벽을 뛰어 내렸다.

"그런데.. 이렇게 뛰어 내려서 어쩌시게요?"

칼루스는 나지막이 말했다. 그랬다. 절벽의 높이는 장난이 아니었다.

"으으!! 어쩌긴 뭘 어째! 그 보다 왜 뛰어내릴 때 말 안해준거야!!!"

시리아는 고공낙하 하는 사람처럼 얼굴을 뭉개뜨리고 칼루스를 탓했다.

"그래서 앞 날이 컴컴하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이렇게 몇 마디 주고 받는 사이에도, 지상은 빠른 속도로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것 같다.

"선택의 장갑을 이용해서 착지하십시오. 그럼.."

점점 가속력이 붙는다.

"아우!! 진짜! 미치겠네!!"

시리아는 손에 기를 모았다. 칼 처럼 길진 않지만, 응축된 기가 손 안에 가득했다. 이제 진짜 땅바닥이 눈 앞이다. 실수하면 죽는다.

"지금이다!"

시리아는 혼자 외쳤다. 가슴에 모아둔 손은 무엇인가를 퍼뜨리듯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응축된 기의 힘에 못이긴 대지와 바람은, 제 모양을 잃어버렸다. 먼저 바람은 선택의 장갑이 일으킨 기의 폭풍을 이기지 못하고 엄청난 세기로 땅을 향해 내동댕이 쳐졌으며, 땅은 그런 날카로운 바람에 대해 대항할 수단이 없다. 땅은 움풍 파였고, 바람의 반동으로 시리아는 간신히 정상(?)착지에 성공했다.

 

나름대로 머리를 쓴 게 정상적으로 실행이 되자, 그제서야 칼루스가 떠올랐다.

"아차, 칼루스!"

칼루스를 찾으려고 둘러보려다가, 문득 이상한 자세에 놀라 멈추었다.

칼루스는 안전했다. 그건 확실했다.

 

칼루스는 메르테스를 바닥에 꽂은 채로 착지를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역시 절벽은 심한 절벽이라, 메르테스가 아주 땅 속 깊히 박혀버렸다. 원래부터 긴 봉이기에 그렇게 많이 박혔단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칼루스는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카..칼루스?"

시리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아, 걱정하지 마십시오."

칼루스는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조용히 모자를 눌러쓰고 조용히 말했다.

"선택의 장갑이 손에 기를 모을 수 있다면,"

메르테스가 달아오른다.

"메르테스는, 메르테스 본연에 기를 집중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단 얘깁니다."

메르테스는 떨림을 멈추었다. 보라 색 기운이 메르테스를 물들였다.

 

콰과과과과광--!!

엄청난 먼지와 파편이 시리아의 시야를 덮쳤다.

"뭐야 대체?"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면서 시리아는 시야를 확보했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 생각했다. 방금 그것은 보통 사람들에게선 보이지 않는다는 기의 색깔이 아닌가.

 

먼지가 가라앉자, 칼루스의 모습이 보였다.

칼루스는 조용히 메르테스를 잡고 있었다. 칼루스는 공중에 떠 있었다. 메르테스 주위로 엄청난 구멍이 생겼다.

 

여전히 멍한 듯이 보고 있는 시리아를 향해, 칼루스는 다소 무자비한 듯이 보이는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래서 제가 파괴(破壞)하는 자라는 얘깁니다."

 

칼루스는 움푹 파인 구덩이에, 가볍게 착지했다. 메르테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저 평범한 철 몽둥이로 보였다.

"칼루스, 그 기의 색깔은…"

시리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칼루스가 말을 가로 막았다.

"그래서 말씀드렸잖습니까, 푸른 색 기운은 보통 일이 아니라구요."

시리아의 동공이 점점 커졌다.

 

칼루스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었다.

칼루스 뒤의 무시무시한 악령들 때문이었다. 악령들은 방금의 그 소리를 듣고 이 곳으로 집결한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악령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잡히지 않는다. 그저 기의 흐트러짐으로만 죽일 수 있다고 전해진다. 악령들은 기의 흐트러짐을 이용해 제거할 수 있지만, 그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들은 비명을 지르는 해골같이 생겼으며, 언제나 비명을 지르고 다닌다. 그래서 악령인 것이다.

 

"아아, 불청객이 온 모양입니다."

칼루스는 태연했다. 조용히 메르테스를 오른쪽으로 기울여 휘두를 준비를 했다.

"그 왜,"

다시 한번 보라 색 기운이 메르테스를 감쌌습니다..

"옛날 영웅들 보면 나쁜 이들을 한번에 무찌릅디다."

칼루스는 여전히 그 자세를 취하며, 어린이에게 하는 말투로 말했다.

"영웅놀이 한번 해보고 싶군요."

 

강하게 응축된 기운은 메르테스를 흘러 넘쳤다.

그리고 한번 휘둘렀다.

 

엄청난 공기의 파장이 일었다.

다시 한번 먼지가 눈 앞을 감쌌다.

그리고 연기가 사라졌을 때, 눈 앞을 감싸던 악령들은 온데 간데 없었고, 칼루스는 그저 웃으며 시리아를 보고 있었다.

 

 

 

이번 편에서는 크게 중요한 씬이 없습니다. 그저 다음 편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하는 편이랄까요. 단어 수는 2,000자 정도 됩니다. 이래저래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글로 옮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개학을 하니 시간이 별로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