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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ory/Dream

Disciples Of Babylon, Revelation! Episode 07

모처의 일이다. 때는 곧 알게 될 것.

   

노인은 조용히 길을 걷고 있었다. 길은 숲 속이었는데, 뒷 편에서 보면 그 노인의 모습은 쓸쓸했으며, 표정에는 아무 것도 읽을 수 없었다. 무엇인가 발걸음은 차분했으며, 나이 70이 넘는 전형적인 시골길 할아버지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노인은 그 소리를 가락으로 삼으며 걷고 있는 듯 했다. 숲들은 노인에게 인사하듯이 가지를 가지런히 폈으며, 노인은 그것을 지켜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한 두어 시간을 걸었을까. 이제는 숲 속에서의 산책로가 아닌, 거의 가파른 산을 올라가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매우 천천히 노인은 익숙한 듯이 산길을 걸었으며, 땀은 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보면 정말 놀랄 일이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인적이 보이지 않는다. 새들은 없어졌으나 아직까지는 꽃이 노인을 반겨주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해는 저물고 있었다. 산의 정상에 이르러, 이상한 고인돌 같은 것이 보였다. 노인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으음.."

돌들은 전형적인 고인돌 형태를 취하고 있었으며, 노인은 돌과 돌 사이의 빈 곳에 들어갔다. 그러나 다시 나오지 않았다. 돌 밑에도 없었다. 노인은 사라진 것이다.

   

노인은 조용히 길을 걷고 있었다. 고인돌은 포탈(Potal)이었으며, 위장된 포탈인 것이다. 이제 배경은 산이 아니다. 산보다는 조금 더 화사한 들판 같은 곳이었다. 일년 내내 꽃밭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상쾌했으며, 벌들은 꽃잎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듯 하다. 수 많은 꽃밭이 노인을 반겼으며, 햇볕은 쨍쨍하다. 조용히 노인은 길을 걷고 있었다. 멀리 무지막지하게 큰 캐슬(Castle)이 보였다. 노인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곳에 당도했다. 더 이상 해는 저물고 있지 않았다. 해는 없다. 그러나 밝다. 원래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다.

   

성문에 당도하였을 때, 노인은 조용히 노크했다. 매우 조용한 성이었다. 누군가 살고 있을까란 의문이 들만한 성이다. 으리으리한 크기에 비해 누가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누군가 지속적으로 관리한 듯이 성은 매우 깨끗하다.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성문이 조용히 열린다. 아무도 없는데 노크 하나만으로 열린 것이다. 죽음의 성이라는 이름이 붙어야겠지만 차마 뒤의 꽃밭과 화사한 성 내부를 보고 그런 느낌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노인은 개의치 않고 안으로 들어간다. 노인은 계단을 올라가, 매우 큰 문 앞에 당도했다.

   

"날세."

노인은 문에 노크도 하지 않고, 매우 주의깊게 듣지 않으면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문은 듣고 있었는지, 곧바로 반응하여 노인이 지나갈 수 있게 해주었다.

   

아주 멋진 곳이다. 천사들이 온 회장 안을 감싸고 있었으며, 불투명 유리지만 화려한 장식이 되어 있는 주변 유리들은 빛의 힘을 받아 더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여섯 개의 의자가 모닥불 앞을 둘러싸고 널직하게 존재했는데, 그 곳에는 세 명이 있었다.

   

"이제 왔나?"

첫 번째 의자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그는 매우 흰 옷을 입고 있었으며, 키는 190정도 되는 장신이었다. 그러나 흰 옷은 망토 같은 것이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매우 긴 수염만이 보였다.

   

"그래.. 왔네."

"어떻게 되었나?"

"그 물건은 제대로 전해 주었네."

"잘했네."

"미리 말해두지만 이것은 그를 위한 것이 아니야. 그저 그 곁에 있는 내 형제를 보호하기 위해 걸리적 거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노인은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말게."

두 번째 의자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그는 목사 옷을 입고 있었으며, 마찬 가지로 무엇인가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매우 젊어보임에는 목소리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사람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사실 자네도 그가 걱정되는 게 아닌가?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다니 비겁하구먼"

약간 장난기가 섞인 말이다.

"어쩔 수 없잖나! 그의 제자인데 말이야."

노인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자네는 역시 자신의 감정 표현에 서투르구먼. 어디가서 사랑 받기는 글른 듯 하이."

두 번째 의자에 앉은 사람이 쿡쿡 웃으며 말했다.

"그러는 자네야 말로 그 성격을 고치지 않는다면 사랑 받기는 글렀는데 말이야."

첫 번째 의자에 앉은 사람이 핀잔이라도 주듯이 말했다.

"아 너무 그러지 말게나. 다 좋자고 하는 것 아니겠어?"

두 번째 의자에 앉은 사람은 웃음을 잃지 않으며 말했다.

   

   

"일단 그 옷을 벗게나."

이번엔 세 번째 의자에 앉은 사람이 말했다. 그는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중세시대의 촌스러운 갑옷과는 확연히 다른, 옥색의 화려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는 망토를 두르고 있지 않았다. 투구를 쓰고 있었는데, 매우 춥다는 인상을 풍기는 자다. 실제로 그의 갑옷 주변에는 김이 서리고 있었고, 투구 안의 붉은 눈 만이 열정에 불타오른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투구는 매우 세련되어 있었으며, 각진 모습이었다. 그는 매우 큰 장검을 가운데에 푹 꽂고, 그것으로 지탱이라도 하듯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 그러지."

노인은 자신의 얼굴을 찢었다.

얼굴을 찢은 것이 아니라, 가면을 찢은 것이라고 설명해야겠다.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노인은, 더 이상 노인이 아니었다. 수염이 거뭇거뭇하게 보일만한 중년남성이 그 곳에 서 있었다. 그의 옷 차림은 갈색 롱 코트에 갈색 모자를 쓰고, 갈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군."

중년남성은 그렇게 말하고, 다음 말을 이었다. 다른 이들은 묵묵히 그 중년남성의 말을 기대라도 하고 있듯이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친구들의 오랜 전통에 의해 정식으로 말하겠네."

"영생의 전사들 중 하나인, 용기(勇氣)로 빛을 발하는 자, 애슬리 블랙(Astley Black). 자네들의 부탁대로 수호(守護)하는 자, 시리아에게 지혜의 장갑(Gloves of Wisdom)을 전달해주고 지금 도착했네."

그렇다. 이 이야기는 시리아가 노인에게서 장갑을 받은 직후의 일이다.

   

   

***

**

*

   

누군가 그를 깨웠다.

칼루스였다.

"교대할 시간입니다."

"아아 그렇군,"

시리아는 졸린 눈을 비비며 말했다. 자신도 피곤하지만 칼루스도 쉬어야 하니까 라는 생각으로 군말 없이 일어났다.

"특이한 움직임이나 그런 건 없나?"

"아직까진 없습니다..기 보다 너무 조용하달까요. 그러나 문제될 거 같진 않습니다."

"이 여자애도 아직 잘 자고 있네. 정말 괜찮아서 자는 거 맞나?"

시리아는 소녀를 뒤돌아 보았다. 헝겊으로 덮혀 있었지만, 역시 눈부시다….

아..

어?

시리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약점이 하나 노출된 거 같습니다 그려"

칼루스는 허허 하며 웃을 뿐이다. 어쨌건 간에, 칼루스는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시리아만이 기의 흐름을 집중한 채 보초를 서기로 했다. 그는 곰곰히 생각했다. 어차피 망각의 동굴에 존재하는 드워프들을 탈출 시키면 되지 않는가..라는 것이다. 성을 파괴하는 것은 둘째 임무. 그렇다면 먼저 망각의 동굴을 찾아야 할 것이다. 찾아서 도와주자. 망각이라는 이름아래 존재하는 동굴이므로, 무엇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일단 망각의 동굴에서 드워프들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만이 존재했다. 시리아는 조용히 장갑을 다시 끼면서, 그리고 이래저래 안 좋은 생각들을 하면서, 남은 밤을 지새웠다.

   

   

날이 밝아온다. 시리아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곤히 잠자고 있었다.

아 이런! 보초를 서는 중이었는데! 하고 일어나려던 찰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칼루스는 조용히 해를 쳐다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충분히 피곤한 하루 입니다."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듯이 칼루스는 말했다. 그는 시리아가 상처를 입을까봐 조용히 혼잣말 하는 투로 말했다. 시리아도 칼루스의 그러한 의도를 모르는 것, 절대 아니다.

"고마워 칼루스. 근데 그 꼬마애는?"

낯간지러운 상황을 어서 빠져나가기 위해, 시리아는 칼루스보다 먼저 소녀의 이야기를 꺼냈다.

"일어났습니다."

칼루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다만.. 조금 난감합니다. 저는 이런 쪽에 약해요."

칼루스의 말이 무엇인지, 시리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그는 깨닫게 되었다.

"오빠~~~"

헝겊으로 칭칭 감은, 옷 같지도 않은 옷을 입고 있는 소녀는 활기차게 시리아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어?어?"

시리아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조용한 어린애가 이렇게 밝아졌나?

"우아! 어제는 오빠하고 아저씨—칼루스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진 것을 시리아는 분명히 봤다.—가 날 구해준거야? 그런거야?"

헝겊으로 감은 몸인데도 불구하고 몸에는 광채가 빛 났다. 어깨까지 오는 머리였지만 절대 단발이라는 느낌도 나지 않았고, 트윈테일로 묶은 상태라 그런지 더 화사하게 빛나는 것 같다. 머리를 보아도 마치 정화라도 된듯이 깔끔함이 유지되었다. 왼쪽과 오른쪽의 눈은 언제까지나 밝게 빛나고 있을 만큼 찬란하게 반짝였다.

   

"으..응, 그래."

"우와~ 고마워 오빠!"

시리아는 일단 장단을 맞춰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칼루스는 허허하면서 지켜볼 뿐이다. 그의 볼에는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근데 오빠! 저 아저씨—다시 한번 칼루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말해줬어. 우리 가족들을 구해줄꺼야? 응?"

"그래, 그럴거야. 열심히 노력해볼게."

시리아는 가급적 활짝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이렇게라도 대답하지 않으면 이 소녀의 웃음이 금방이라도 싹 날아가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시리아는 칼루스의 눈치를 살폈다. 그가 얼핏 보기에 칼루스는 25세의 나이였으며, 외모로만 판단하면 아저씨라고 불릴 이유는 없다. 그런데 어쩐 이유에서인지 이 소녀는 아저씨가 부르고 있고, 판단하건데 칼루스는 그 말이 적잖이 싫은가보다.

   

"그런데 네 이름은 뭐니?"

일단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시리아는 칼루스의 일그러진 얼굴을 뒤로하고 소녀에게 물었다.

"이름? 이름..? 이름 없어! 그런거"

"이름이 없다니?"

"내 이름을.. 불러준 기억은 나는데.. 왜 기억이 안나지?"

소녀는 밝은 모습으로 갸우뚱 거렸다.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기억을 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럼 이름을 하나 만들자. 네 이름을 찾기 전에."

시리아는 그렇게 말하고 칼루스를 돌아보았다. 칼루스는 문에 기대고 있었고, 무척 피곤한 듯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남몰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칼루스, 어떻게 생각해?"

"네? 아… 이름 말이군요."

칼루스는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가 회복된 것 같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그러게요 뭐가 좋을까요.."

칼루스는 급히 고민 하기 시작했다. 냉정을 찾은 것이리라. 그러나 쉽게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시리아도 이래저래 고민하고 있던 도중, 쉬운 단어가 생각났다. 왜 갑자기 생각났는지는 의문이다.

"그럼 난 시리아니까 아리아가 어때?"

칼루스는 생각하던 도중 뜻 밖에 의견이 나온 것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지만, 그 의견에 승낙했다.

이 갑자기 일어난 상황을, 소녀는 궁금한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럼 네 이름을 찾기 전까지, 넌 아리아라고 불리는 것으로 하자. 어때?"

시리아는 만연의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응 좋아! 그럼 난 아리아! 오빠는 시리아! 저 아저씨(!)는 칼루스 아저시!"

칼루스의 얼굴이 미약하게 일그러졌다. 시리아는 무시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조심해야겠다…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호칭의 문제가 일단락 되니까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 생겼다. 일단 아리아(라 칭해지는 소녀)에게서 들을 것이 필요했지만, 아리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므로, 칼루스와 시리아 둘이서 추측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자신들이 있는 곳은 벨로 시티의 중심부와 비슷한 곳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칼루스도 동의하였다. 이 오두막이 어디인진 모르겠지만, 머지낙이 성이 보였으므로, 그리고 그 성은 과거 모든 나라들에 빗대어 생각할 때, 도시의 중심지가 틀림 없다. 그런 면에서 자신들은 지금 도시의 중심지에 있는 것이다. 몇 가지 문제가 있는데, 바로 정체 모를 세 명의 영주(領主)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는 것과, 의문의 장소인 망각의 동굴에 갇혀 있다는 드워프들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생존하여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런 것들을 수소문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현재 직면한 문제이다.

   

그리고 시리아는 이 쯤에서, 자신이 생각한 말을 꺼내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칼루스"

"예?"

"이건 어때? 어차피 최종 목적은 두 개 아닌가? 망각의 동굴이 어디 있는가와 세 명의 영주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

"물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팀을 둘로 나누자. 우리가 둘로 쪼개져서 목적을 이루는거야."

"물론 생각해보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일단 그러려면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첫째, 아리아는 누가 데리고 가지요? 위험한 곳에서 혼자 내버려둘 수 없다는 것은 시리아도 잘 알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앞에서도 의논했듯이 이 지역에 대한 정보가 없고, 수소문할 사람(또는 드워프)도 없습니다. 어떻게 길을 찾을 거죠?"

"흐음.. 맞는 말이야. 그러면 역시 하나로 줄여지는데.."

시리아와 칼루스의 기는 교차했다. 이윽고 칼루스와 시리아가 엄숙한 분위기 앞에서 동시에 나지막이 말했다.

"무작정 들어가서 쳐 부수고 목적지를 알아내는 것."

   

그리고 아리아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반쯤 갸우뚱 거리며 말했다.

"뭐가?"

   

일단 매우 간단하게도 시리아와 칼루스의 상의는 끝이 났다. 그런 그들의 계획(?)아닌 계획은 그대로 실현되는 듯 했다. 칼루스가 주변을 정찰하겠다고 나갔을 때, 아리아가 시리아에게 장난처럼 던진 말은 의외로 충격적인 말이었다.

   

"오빠, 나 심심해"

"미안, 조금만 기다려. 내 생각에 아직은 마음 놓고 놀 상황이 아닌 거 같아."

"그치만 나 친구 보구 싶단 말야!"

아리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친구들은 모두 붙잡혔잖아. 재미있게 놀려면 풀려야 하지 않을까?"

시리아는 아리아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지만, 친구가 없던 시리아로써는 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다. 그래도 시리아는 아리아가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으므로, 웃으면서 자제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은 다른 이들과 함께 가지 않았어."

"그 말?"

시리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응, 아주 이쁜 말인데, 뿔이 달려 있구, 목에 난 갈기가 무지무지 아름다워!"

아리아는 당장에라도 머릿속에 아련하다는 듯이 눈을 몽롱하게 하면서 설명했다. 시리아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의 지식에 '뿔이 달려 있는 말'은 딱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드워프들도 그 말에 뿔이 달려 있다는 거 알고 있니?"

"아니 몰라, 그 말은 나 밖엔 몰라!"

아리아는 즐겁다는 듯이 말했지만, 시리아는 등골이 오싹했다.

"그럼 그 말은 어디있는데?"

"마지막으로 볼 땐 소나무가 무성한 숲에 있었는데, 지금도 아마 거기 있을꺼야!"

아리아는 시리아가 이 이야기를 상당히 '흥미롭게 받아들인다'고 판단했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데려가 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았다.

   

아리아가 말한 것은 다음과 같다. 예전에 강가에서 다른 어린 드워프들이랑 놀고 있었을 때, 건너편 강가에서 물을 먹고 있는 그 말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 땐 너무나 놀라 아무 말도 못하고 보내버렸지만, 그 말이 다시 목을 축이러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그녀의 말로는 거의 두 달을 매일 기다렸다고는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그러나 그 만큼 오랫동안 기다린 것은 분명했다. 하루는 비가 무수히 쏟아지고 있었는데, 그 날에도 넓은 호박잎 우산을 쓰고 아리아는 그 말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형상을 한 이상한 아이가 자신을 강의 건너편에서 골똘히 보이는 게 있었다고 한다. —그 대목에서, 시리아는 데스 스쿼드 하이브임을 직감했다.— 처음엔 환상인 줄 알았더니, 천천히 물 위를 넘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게 보였다고. 그리고는 도망쳤다고 한다. 숲 속으로 말이다. 끝 없는 숲 속에서, 자신의 발소리와 소리 없이 따라오는 또 다른 자신의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도망쳤다고 한다. 아리아가 소나무 숲의 중심에서, 소나무의 뿌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또 다른 아리아는 아리아의 머리 맡에서 칼날을 세우며 아리아를 찌르려고 했다고 한다.

   

그 때 히히힝-하는 소리와 함께 그 말이 뿔로 또 다른 이리아를 받아버렸다고 한다. 처음엔 무척이나 놀랐지만, 아리아는 그 행위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었음을 이해했으며, 그 뒤로 그 말은 소나무 숲에서 아리아가 언제라도 바라면, 나무와 나무 상에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있어."

이야기를 대충 다 하고, 아리아는 의문에 찬 듯이, 그리고 혼잣말을 하듯이 말했다.

"내가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말은 오지 않았어."

"뭐?"

"난.. 그 말을 찾았는데.. 그 말은 날 찾으러 오지 않았어. 그 날은.."

아리아는 조용히 되뇌었다.

   

그 때 칼루스가 돌아왔다.

"여전히 조용한 동네입니—."

칼루스의 말은, 시리아가 아리아를 안은 모습을 보고, 가볍게 묵살당했다.

   

"어—?"

아리아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네 친구가 위험해. 도우러 가자! 칼루스! 그 소나무 숲으로!"

칼루스의 판단은 빠르다.

   

"원하시는 대로."

그 둘은 지난 왔던 곳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후기입니다. 이번에 세 명의 캐릭터를 쓰는데, 한 가지 느낀 것은 '바빌론의 일곱 제자들'의 '일곱 명'을 한 부분에서 모두 등장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번 제목 Revelation의 경우는 DragonForce의 곡 이름이자, 곧 드러날(Revelation의 뜻은 드러나다) 중요한 비밀을 암시하는 데에 쓰였습니다. 수수께끼의 이야기가 먼저 시작됩니다. 개인적으로 애슬리 블랙이 말한 그 부분은 상당히 멋진 상상을 하면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역시 이것도 고등학생의 꿈이긴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과연 제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이 참 짧아보이긴 합니다만, 실제 라이트 노벨의 크기(문고판 A6)로 보면 얼마정도 될까입니다. 굴림, 포인트 7 로 15쪽에 해당됩니다. 위의 글은요. ^^ 10쪽도 안될 거 같았는데, 의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