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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ory/Dream

Disciples of Babylon ,The New Transmission is Coming!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자신을 보며, 시리아는 고뇌에 빠졌다. 누굴까. 바빌론을 만난 이후로, 이런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자주는 아니지만.. 기억 속 너머의 여자 아이가 이렇게 계속 나온다면, 난 견디지 못할 것이라. 그렇게 시리아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도 생각했다. 전설에 의하면 바빌론은 다크랜드를 떠나기 전부터 제자들을 키워왔고, 영생의 힘을 일곱 갈래로 나뉘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자들은 때가 될 때를 기려 모두 기억을 봉인해버렸다고 한다. 일단 그게 사실이라면, 자신이 무엇을 했건 간에 소녀와의 만남은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이것은 본능이라는 결말에 이르렀다. 이제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그냥 일어나기로 시리아는 결심했다.

 

"으으.. 아직 새벽 같은데.. 별로 좋지 않은 꿈을 꿔서 더 이상 잠이 안오잖아.."

그렇게 되뇌고는, 천천히 드워프들의 숲(Forest of Dwarfs)을 향해 갔다. 대 여섯 시간쯤 걸었을까, 그가 다시 생각해낸 것은 역시 체력에 관한 것은 월등히 강해졌다는 것이다. 이제 정오가 되가는 것이 눈에 보였는데, 자신이 어느 한 곳 지치지 않는 것을 보니 제대로 무엇인가 이루어지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천천히 길을 걷다가, 마침내 드워프들의 숲에 도착했다.

 

"원래 숲이 이 모양이었던가?"

절로 드는 의문이었다. 말로만 다크랜드의 수하에 들어서 더 이상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만 알았을 뿐, 울창하다던 숲이 나뭇가지를 모두 잃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신기한 것은 분명히 나뭇잎이 없는데도 드워프들의 숲은 정말 어둡다는 것이었다. 햇빛이 그 곳을 비추길 거부한 것 같았다.

 

"뭐 어쩔 수 없나.."

천천히 시리아는 드워프들의 숲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킥킥 대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아 뭐야 진짜"

시리아는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한참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킥킥 대는 소리는 전~혀 사라지질 않았다. 오히려 그 소리는 작았지만 더 분명해졌고, 다수의 존재로 늘어나 버렸다.

 

"뭐야 진짜 어디야! 나와!"

시리아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이 보이는)는 숲에 고함을 쳤다. 그러자 소리는 잠잠해졌다. 끝났다 싶더니 잠시 후에 다시 킥킥대는 소리가 귀를 괴롭혔다. 시리아는 생각을 해야했다. 일단 이 소리의 정체가 무엇인즉, 더 늘어나고 있으며 소리가 커지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분명하게 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내 뒤쪽에서 들린다는 것이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멈춰서 소리의 행방을 제대로 들어보도록 하자. 그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자신이 북쪽을 보고 있을 때, 상대는 동쪽과 서쪽에서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내가 남쪽을 보고 있을 때엔 오히려 북쪽에서 소리가 났다. 그렇다면 이제, 그가 취할 것은 북쪽을 보고 있을 때 최대한 동쪽으로 달리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건 뭣도 없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방법임에 틀림이 없다.

 

킥킥킥킥..킥킥킥..크르르르..

"?!"

행동에 옮기려던 찰나,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르르..킁..킁..

무섭지는 않았지만 심하게 불쾌했다.

 

"으으 짜증나!!"

농사만 짓고 살던 소년이 전략 따윌 세울 기세는 없다.

다다다다다..

 

그저 그는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남쪽으로 가기만 하면 되는거니까. 쓸데없는 짓거리는 안해도 된다는 것이 농사짓던 소년의 최후의 결단이었다. 한 30분쯤 달렸을까, 의외로 어울리지 않게 조그마한 오두막집이 눈 앞에 보였다.

 

"이렇게 황량해졌는데 아직 오두막이란 게 있네.."

일찍 일어난 탓에, 그리고 무척 뛴 탓에 그는 피곤했다. 어차피 드워프들은 모두 다른 곳으로 갔겠지 하고 오두막집에 들어갔다. 잠시 잠이라도 청해볼까 하는 요량이었다. 정체를 모르는, 그러나 공격할 기세는 없는 녀석들과 씨름을 하는 것 보다 그냥 잠이나 자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았고, 일단 빛이 드리우는 몇 안되는 곳이라 크게 우울해 보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일찍 일어나고 뛴 탓에 그는 정말로 잠이 쏟아졌다.

 

"엄.. 실례합니다~"

그래도 혹시 모를 존재에 대비해 일단 공손하게 오두막을 열고 들어갔다. 일단 누군가 살았던 흔적이 보였다. 침대가 하나 있었고 부엌이 바로 옆에, 그리고 책상이 하나 있었다. 아늑했다. 그리고 사람이 방금까지 있던 냄새가 났다. 그러나 피곤한 시리아에게 그런 걸 따질 구별은 없다.

 

"아.. 뭐야.. 모르겠다."

그는 앞뒤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저 침대에 쓰러졌다.

 

….

..

툭툭..

한참을 즐겁게 자고 있던 시리아는 신경 거슬리는 그 소리에 무심결에 짜증이 났다.

"아.. 뭐야 대체"

"당신이야 말로 제 집에서 무엇하는 거죠?"

"아..어?"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그 청년의 존재와, 자신이 누구 것인지 모를 오두막집의 침대 위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 말대로 자신은 현재 불법침입을 한 게 아닌가? 청년은 이상한 곤봉 같은 것으로 시리아를 찌르고 있었다. 마치 어린이가 신기하게 보이는 장난감을 취급하듯이.

 

"아~아 그게 제가 좀 피곤해서 말이죠."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시리아는 말했다. 수수께끼의 청년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꽤나 기분나쁜 눈길이었지만, 자신도 이 상황에 처했으면 그러했으리라라는 생각까지 미치자 그렇게 기분이 나빠지지는 않았다. 먹먹한 1분이 30분처럼 지나가자, 마침내 청년은 한숨을 한번 쉬더니 말했다.

 

"뭐 좋습니다. 당신은 크게 나빠보이지 않는 사내로군요."

"아, 고..고맙습니다"

땀을 흘리는 시리아는 그제서야 사내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젊었다. 스물 다섯 정도 되는 사람이었는데, 긴 롱 코트를 두르고 있었으며, 가죽 모자를 쓰고 있었다. 절세의 미남이라고 불리워도 크게 손실이 없을 외모였는데, 트렌치 코트보다 종아리까지 내려오는 코트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일단 쉬고 가도록 하십시오. 제 이름은 파괴자, 칼루스(Kallus)라고 합니다."

"아.. 파괴자? 저는 수호의 시리아(Sūriyyah)라고 합니다."

시리아는 얼떨결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으나, 아직 이름이 어색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은 중얼거렸다.

"수호? 독특한 이름을 가졌습니다 그려.."

사내는 인자한 미소를 띄웠다. 그러나 그 표정에는 뭔가 위선(僞善)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피곤해 보이십니다. 이 곳은 위험하니, 일단 오늘은 여기에서 묵으십시오. 한 명이 잘 자리 밖에 되지 않으나 그럭저럭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을 것입니다."

"아, 뭐,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면야"

시리아는 갑작스런 호의에 약간 의구심이 들었지만, 역시 말 만큼 그렇게 나쁜 사내는 아닌 것 같아 그의 의견을 수락하기로 하였다. 다시 한번 그 청년을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아까는 당황했건만 일단 주인 격의 허락을 맡으니 당황심도 약간은 누그러졌다. 그나저나 정말 잘 생긴 사람이었다. 긴 모자를 두르고 있어서 얼굴의 전체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긴 트렌치 코트는 가을남자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곤봉이라고 생각되는 쇠 막대기도 겉으로 보면 그저 그런 물건이었지만 자세히보니 상당히 세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곤봉의 길이가 칼루스라는 사내의 키만큼이나 컸다. 두꺼웠지만 날렵해보였고, 묵직해보였다. 키도 185에서 190정도 되는 터라 절세의 미남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드워프들의 숲은 이미 황량해질 대로 황량해진 터. 더 이상 이곳을 찾아오려는 인간은 없습니다."

인간?... 이라는 위화감보다 일단은 질문에 대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 저는 로레가드의 수도 도하를 찾으려고 왔답니다. 이미 네크론에게 정복당한 것은 알고 있지만, 역시나 모험심이 절 앞지르는군요."

시리아는 사람이랑 많이 만나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그저 사람이 좋은 그런 소년이었다. 온화한 분위기와 주위 숲속보다 훨씬 밝은 이 주위 경치에, 시리아는 무심결에 마음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가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런 시리아의 느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칼루스는 딱 잘라 말했다.

"진지하게 생각하셔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다크랜드의 수도 하거와는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일단은 다크랜드의 영토. 무엇보다 그 곳으로 가는 길인 이 드워프들의 숲조차 타락해버렸습니다."

"일단 충고는 감사합니다만, 생각하시는 대로 약하진 않답니다. 하하"

시리아는 칼루스의 눈빛을 줄곧 보아왔기에, 칼루스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 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을 그저 모험심 강한 소년으로만 보고 있었다. 사춘기 소년에게 그 다지 좋을 것이 없는 자극이다. 뭔가 뒤쳐진다는 느낌이 싫었던 시리아는 신경전에 동참해버렸다.

 

"그렇습니까? 수면도 부족하지 않게 취하셨으니, 저와 한번 겨뤄보지 않겠습니까?"

칼루스는 만면의 미소를 띄고 말했다.

"네? 뭐라구요?"

시리아는 놀랐다.

"겨뤄보지 않겠습니까. 시리아 님은 지나가던 모험가와는 다른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니 뭐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겨루기를 하자니요."

"아직 자신의 힘을 한번도 시험해 본 적이 없지 않습니까?"

"네? 그걸 어떻게 알았.."

"그렇다면 해보십시오."

칼루스는 모든 말을 인자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잘 부탁드리지요."

시리아는 최대한 공손하게 말했다. 어차피 자신의 힘도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고, 져도 그렇게 아쉬울 건 없다고 판단한 후였다.

"단, 제가 이기면 역시 로레가드의 수도로 가는 것은 포기하시는 겁니다."

"뭐라고요?"

어이없는 제안에 시리아는 저도 모르게 되물어버렸다. 그러나 곧 자존심이 그를 곧게 해버렸고, 그는 무심결에 승낙의 말을 내뱉어버렸다.

"좋아요."

"….타로스(Tharos)의 수호가 함께하길"

 

넓은 햇빛이 드리우는 마당 같은 장소에서, 두 남자가 일정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머리를 약간 땋은 남자였고, 한 사람은 긴 트렌치 코트에 모자로 자신을 베일로 쌓는 듯한 느낌을 주는 남자였다. 필시 수호의 시리아와 파괴자 칼루스리라. 시리아는 촌장에게서 받은 장갑을 꼈고, 칼루스는 긴 곤봉을 허리에 낀채 조용히 시리아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럼, 갑니다!"

먼저 칼루스가 움직였다. 시리아의 뱃전으로 강하게 곤봉을 휘둘렀다. 시리아도 체술에 관해선 갑작스레 능력이 늘어난터라, 피하긴 했으나 무엇인가 힘겨웠다. 곤봉이 휘두른 그 자리에 일정 시간 어두운 기운이 서리는 것 같았다.

'이 사람, 잘해!'

시리아가 한번의 회피로 느낀 감상이다. 배를 겨냥한 곤봉은 쉬지 않고 아래를 찍었다. 곤봉을 받아낸 땅은 움푹 파였다. 칼루스는 미소를 끊임없이 지으면서, 천천히 시리아를 몰아 붙였다. 머리를 겨냥한 휘두름도 시리아는 간신히 피했다. 몇 번 반격을 가하려고 했으나 너무나 빈틈없는 그 모습에 번번히 반격을 거두었어야 했다.

 

"그런 실력으로는… 데스 스쿼드(Death Squad)를 이기지 못합니다."

인자한 미소가 잔인함의 미소로 변했다. 어두운 기운이 칼루스를 감쌌다.

"으앗!"

곤봉이 시리아를 정면으로 찔러왔다. 황급히 뒤로 피했다. 1mm만 더 가까웠어도 그 어두움에 취했으리라. 이번에는 시리아가 반격에 나섰다. 360도 회전으로 다리를 노렸으나 칼루스는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계속 자신의 주먹을 칼루스에게 내던졌다. 각도 있는 모습이었다. 다리도 잊지 않고 사용했다. 그러나 곤봉에 번번히 막혔다. 다리로 얼굴 정면을 찍으려고 했지만 역시 곤봉이 그 자세를 거부해버렸다.

 

"아무래도.. 당신의 실력으로.."

곤봉은 조용히 허공을 갈라 시리아의 어깨를 향했다.

"도하로 가는 것은 무리가 있어보이는군요."

그리고 곤봉은 시리아의 어깨 위에 조용히 안착했다.

"아.."

시리아는 좌절해 버렸다.

이렇게 단 시간에 자신의 무술이 당할 줄이야.

 

"포기하시죠."

칼루스는 조용히 말했다.

"지금 당신의 힘으로 제 메르테스(Mertes)를 이기지 못합니다."

그리고 칼루스는 메르테스를 유지하며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곤봉의 이름이 메르테스인가 보다. 그냥 포기할까, 시리아도 생각은 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사지로 가는 것은 진짜 미친 짓이리라. 그런데 소녀가 떠올랐다. 그녀는 반드시 그 곳에 있을 것만 같았다. 나를 향해 미소지어 주던 그 소녀가 떠올랐다. 그녀를 꼭 만나고 싶었다. 목숨과 바꾸어서라도.

 

"..그럴 순.."

메르테스가 흔들렸다. 시리아를 푸른 색 기운이 감쌌다.

"없어.."

흔들리는 건 메르테스 뿐만이 아니었다. 시리아의 주위를 흐르고 있는 기 자체가 흔들렸다.

"전 그녀를 만나러 선택하였고,"

시리아가 손으로 메르테스를 가볍게 쳐내었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으며,"

그리고 가볍게 칼루스를 밀쳤다. 칼루스의 몸은 약간 뒤로 흐트러졌다.

"이루기 전까지 멈출 생각도.."

시리아가 칼루스의 몸을 향해 손을 강하게 갈랐다. 닿지 않았다. 그러나 기의 흐트러짐이 절정에 달했다.

"없습니다."

기는 순간 칼날이 되어 칼루스를 공격했고, 너무나 가까운 나머지 칼루스는 피하지 못했다.

"이런!"

그러나 우려하던 바로 칼루스의 목이 날라가지는 않았다. 시리아는 아주 약간, 기의 흐트러짐을 이용한 것이다.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칼루스 님"

시리아도 미소엔 자신 있는 소년이었다.

시리아와 칼루스를 향한 움직임이, 새로이 시작되고 있었다. (The New Transmission is Coming)

 

 

 

 

/후기/

어떻게든 썼습니다. 이번 편에서 시리아는 칼루스를 만납니다. 칼루스는 역시나 신사적인 캐릭터로 등장할 것입니다. 그가 긴 트렌치 코트를 입고 오는 것은, 닥터 후(Doctor Who)의 10대 닥터인 데이비드 테넌트(David John McDonald)의 트렌드가 롱 코트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주 무기는 메르테스를 사용한 다양한 체술입니다. 그는 파괴자라는 이명(異名)답게, 무시무시함을 포함하고 있는 사람으로 그릴 것입니다. 사실 더 쓰고 싶었는데 어차피 나눠야 할 꺼 3편에 쓰기로 했습니다. 2일에 걸쳐서 썼더니 1,500자 정도 적었네요. 전투하는 씬을 조금 자세히 설명하고 싶었는데, 역시 그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The New Transmission은 Lostprophets 3집의 앨범 이름이자 곡 이름입니다. 어떻게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를 표현하고 싶었건만 억지로 끼웠다는 느낌이 매우 드러나서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