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 My Story/Dream

Disciples Of Babylon, We got Velo City

한 차례 폭풍이 멎었다. 물론 그 장면은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시리아의 생각에 그 기술은 —물론 기술까진 아닐지도 모른다.— 칼루스 자신의 기를 메르테스에 고 압축하여 터뜨리는 기술인 것 같았다. 전에도 한번 보긴 했지만 정말 대단하다. 그러나 더욱 더 신기한 것은 칼루스는 도저히 힘든 것 같지 않았다. 그 정도의 기를 조절할 수 있음에, 시리아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멋져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 파괴력과는 정반대인 갈색 롱코트와 모자는 여전히 온화함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칼루스는 모자를 푹 눌러썼다.

"좋습니다. 원래의 목적으로 돌아가죠. 망토를 쓴 자를 쫓아야 합니다."

"아, 맞아. 어디로 갔지?"

"저쪽입니다."

그렇게 말하고서 칼루스는 메르테스를 들고 뛰기 시작했다. 시리아도 칼루스를 따라 뛰었다. 성벽을 겉둘러서 뛰었는데, 성벽은 겉으로 보기엔 상당히 취약해보였지만 또 가까이서 보니 상당히 견고했다. 물론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지긴 했지만. 성벽 바로 앞에는 강이 있었는데, 그것이 식수인 듯 싶다. 어쨌든 성벽과 강을 겉둘러서 뛰던 도중, 소나무 숲을 발견했다. 시리아는 그 곳에 그 망토를 두른 자가 있으리라 확신했다. 이윽고 소나무들이 무성한 숲에 당도하였을 때, 주위가 매우 어두움이 생각났다. 정말 어두워졌다. 어둠 속을 급박하게 뛰던 도중, 칼루스가 저기라면서 시리아에게 말을 걸었다. 칼루스가 메르테스로 가르키고 있는 곳엔 희미하게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었음에, 누군가 있는 것이 확실했다. 비록 그것이 동물이든 사람이든간에 말이다.

 

서둘러서 따라갔다. 다행히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어둑어둑한 소나무 숲의 중간 쯤이었는지, 매우 큰 소나무 하나가 중간에 존재했다. 그 주위로는 마치 소나무들이 왕을 숭배하듯이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망토를 쓴 자는 매우 큰 소나무를 보고 있었다.

 

"누구..세요..?"

목소리가 갸날프다. 여자다. 칼루스와 시리아는 놀랐다. 키는 13세 소녀 정도의 키였다. 망토를 쓰고 있었음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소녀는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누구..세요.. 왜 절.. 따라오죠..?"

조용히 소녀는 말했다. 움직임에는 미동이 없었으며, 주위의 소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에.. 궁금한 게 있어서요."

시리아는 최대한 공손하게 그 질문에 답했다. 칼루스는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전히 소나무는 흔들거린다.

"제.. 마을이.. 아무도.. 없어.."

시리아와 칼루스는 무엇인가 위선적인 것이 느껴졌다. 무엇인가 다르다. 사람으로부터의 온정이 느껴지지 않음을 확실히 느꼈다. 천천히 시리아와 칼루스는 다가갔다.

"아무도.. 없어.. 누구하나.."

소녀는 조용히, 감정이 섞이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괜찮아요?"

시리아는 이윽고 소녀의 곁에 당도했다. 시리아는 소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다..떠났나..그런가.."

소녀는 여전히 중얼거렸다. 칼루스는 짐짓 심각한 무표정이 되어버렸다. 조용히 메르테스를 경계태새의 동작으로 옮겼다. 시리아는 자뭇 긴장에 휩싸여, 소녀의 어깨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소녀는 매우 가련하게도, 시리아를 향해 뒤돌게 되었다. 망토의 모자가 벗겨졌다.

 

정말.. 아리따웠다. 머리는 트윈테일이었는데, 머릿결은 거의 비단결이었다. 머리 색깔은 갈색이었는데, 머리 숱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머리가 작게 느껴졌다. 그러나 심하게 작게 느껴지진 않아서 환상의 비율이라 하겠다. 그러나 그 소녀의 눈동자는 매우 예쁜 색깔이었는데, 오드아이(Odd-Eye, Heterochromia iridum)이다. 한 쪽은 고동색이고 한 쪽은 매우 푸르른 색깔이다. 그러나 눈에 생기가 없다. 표정이 없다. 매우 아름답고 귀여웠다. 그러나 어쩐지 매우 슬퍼보였기에, 시리아와 칼루스는 멈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마을.. 벨로 시티(Velo City)가.. 사라졌어.. 나쁜.. 애들.. 때문…에.."

무 표정에 무 감정, 생기가 없는 눈동자와 다르게, 눈물은 멎질 않았다.

"도와..줘요.. 구해.. 줘요.."

시리아의 망토 옷자락을 잡았다. 잡고 그 곳에 몸을 의지했다. 칼루스는 매우 난감한 표정을 보였다. 왜냐하면 시리아가 '궁했기' 때문이다. 칼루스는 또 다시 성가신 일에 휘둘렸다고 생각하면서, 기왕 하는 거 확실히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물었다.

"어쩌실래요? 시리아"

칼루스의 안목은 매우 날카롭다. 시리아는 분명히 이 소녀를 도와줄 것이다.

"어쩌겠어..? 예쁜 소녀가 이렇게 울면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거절하면 신사가 아니지 않나?"

나름대로 비유를 이용한 대답이 아니었을까. 칼루스는 쓴 웃음을 지었다. 소나무는 흔들거림을 멈추었다. 시리아는 무릎을 굽혀, 소녀와 눈이 맞는 크기로 앉았다. 그리고 물었다.

 

"무엇이 억울한가요, 공주님?"

시리아의 미소가 환하게 번졌고, 소녀의 눈동자에 잠시나마 생기가 돋았다.

 

*

*

소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매우 띄엄 띄엄 말했다. 그러나 칼루스와 시리아는 정말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대체적인 상황은 이렇다. 이 곳은 로어가드의 최전선, 벨로(Velo)라는 곳인데, 통칭 벨로 시티(Velo City)라고 불리우는 일종의 도시이다. 기본적으로 드워프들의 땅은 인간들의 땅보다 개발이 잘 되어서, 마을이라는 통칭보다 시티라는 통칭을 쓰는 곳이 몇몇 존재한다고 한다. 아주 적지만, 일단 꼽히는 곳 중 하나가 벨로 시티. 벨로 시티는 네크론의 전속 부대인 다크 나이트(Dark Knight)의 습격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 드워프들은 백색 용의 기사단의 도움을 받아 맹렬히 저항했지만, 마침내에는 함락되고 말았다고 한다. 수 만명의 데스 스쿼드 하이브들이나, 무자비한 악령들, 사신들, 그리고 검은 옷의 사나이(다크 나이트의 일원)를 이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소녀는 자신은 이 드워프들의 숲에서 주워진 어린 아이로, 출신도 모르고 이름도 없다고 한다. 이 부근에서 시리아는 묘한 동감 같은 것이 느껴졌지만, 역시 그저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겼다. 벨로 시티의 주민인 드워프들은 죽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떤 명을 받아 모두 사로잡혔으며, 망각의 동굴(Cave of Oblivion)에 갇혀 있다고 한다. 현재 벨로 시티의 중심부에 있는 것은 검은 옷의 사나이들이며, 이 곳을 지배하고 있는 영주는 세 명의 검은 옷의 사나이 상층부라고 한다. 검으 옷의 사나이들은 매우 신기한 힘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절대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녀는 이 부근에서 상당히 떨었다.— 그리고 소녀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두를 되 찾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전부 다 끝나자 시리아와 칼루스는 근심의 한숨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매우 간단했지만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세 명의 검은 옷의 사나이를 무찌르고, 망각의 동굴에서 드워프들을 해방시켜주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몇 가지 걸리는 것이 있는데, 망각의 동굴이라는 이름 아래 '망각' 즉,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르는 일이다. 또한 검은 옷의 사나이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시골에서만 살던 시리아는 알 턱이 없고, 지나가는 모험가들에 의해 몇몇 주워들은 것 밖에 없는 칼루스도 알 턱이 없다. 그저 소녀의 설명으로는 정말 무섭다라는 감상평만이 존재했다.

 

이 대화가 있고 난후, 멍하니 있는 소녀를 뒤로하고 칼루스와 시리아는 고민에 빠졌다. 일단 칼루스의 의견은 소녀의 감정이 무엇인가에 억제 당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