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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일본 노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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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어를 배움으로 인해, 그 동안은 멀리 해 왔던 일본어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노래에서만큼은 폐쇄적인 편이라, 반드시 노래는 '남자'가 불러야 하고, 웅장하고 멋져야 하며, 메탈 쪽이어야 했습니다. 물론 남자가 불러야 한다는 것에 대한 예외도 있지만 딱 한 그룹이죠. ^^ 그래도 갑자기 노래를 들으려니 상당히 힘들더라구요. 일단 메탈 분야는 기존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적응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애니메이션 쪽의 노래를 듣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에 익숙하던 것이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 마련이지요.

왜 일본어를 배우는데 일본 노래를 들어야 하는가.. 아무래도 전 노래를 들으면서 공부를 하는 습관인 터라, 발음 CD가 있어도 잘 안 듣게 됩니다. 이것이 외우는 것에는 상관이 없는데 문법이나 기타 등등을 배울 때엔 상당히 귀찮습니다. 일단 외우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하려면 발음을 듣는 게 좋지요. 그런데 제가 듣는 노래는 모두 영어, 이탈리안이라 일본어와는 거리가 멉니다. 노래를 들으면서야 당연히 발음 듣기가 모두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듣고 안 듣고의 차이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억지로 듣는 것도 아닙니다. 일본 노래라는 것에 대한 배척심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다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진짜 어색합니다. 항상 터프하고, 파워풀한 남성 목소리만 들어왔던 사람이 갑자기 성우나 기타 여성 그룹들이 부른, 일종의 '큐트'한 노래를 들어본다고 생각해보세요. 처음 들을 땐 농담이 아니고 진짜 소름이 돋아서 20초도 못 듣고 껐습니다. 노래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도 목소리에 적응이 안되기 때문에 길게 들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사랑에 관련한 노래는 국내 가요계를 보면서 질렸기 때문에.. ^^;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발음 문제인데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가사에 영어가 들어가는 것은 참 많았습니다. 단지 영어의 단어는 일본 사람들도 발음 공부를 할 테니 가타카나 식으로 읽지는 않겠지요. 문제는 카타카나 형식으로 읽는 외래어들인데… 이게 참…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카페 분들에게 도움을 청해 보았습니다. 무시하시거나 몇 분 추천 안 해주실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성의 있게 추천을 해주셨습니다. 벌써 마음에 드는 노래도 생겼습니다. 수~목요일 하루 종일 내내 20곡 정도 되는 곡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는데 이젠 귀가 적응을 해 갑니다. 한 30분마다 제가 자주 듣는 노래를 들어주지 않으면 좀 거북한 면도 있습니다만..;;

노래를 들으면서 느낀 것이, 알송의 가사를 보고 있자면 뭔가 제가 듣는 그룹들(영어권)이랑 다른 게 있습니다. 가사만 해도 그렇습니다. 영어 가사에 한글 발음을 적어 놓는다면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어 가사의 경우는 한글 발음이 대부분 다 적혀져 있더군요. 전 깜짝 놀랐습니다. 발음을 보면 공부가 안되죠. 꼭 공부 차원이 아니어서라도 발음은 없어야 합니다. 차라리 히라가나로 써 놓기라도 하든가요. 그럼 한번 테스트를 해 볼까요. 이것도 인식의 차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Rhapsody Of Fire의 On the Way to Ainor입니다. 어색하죠?


AND NOW WE'LL DECLARE ETERNAL WAR
(엔드 나우 윌 디클레어 이터널 워)
저주 받은 지옥의 지배자들 모두에게
TO EVERY DAMNED NEW HELLISH LORD
(투 에브리 뎀드 뉴 헬리쉬 로드)
이 순간 우리는 영원한 전쟁을 선포한다
ON THE WAY TO AINOR
(온 더 웨이 투 아이노어)
Ainor로 가는 길목에서

 

이거 제가 가리고 듣질 않아서;; 케이온인가요?


だって
本當は crazy
닷테 혼토우와 crazy
그러나 사실은 crazy
白鳥たちはそう
하쿠쵸오타치와소우
백조들은 그렇게
えないとこでバタするんです
미에나이토코데 바타아시스룬데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물장구를 쳐요
本能従順充実
혼노우니 쥬우쥰 쥬지츠
본능에는 순응충실
翻弄々承知
혼로우모 쥬쥬 쇼우치
장난이라는 것도 잘 알고있어요
前途洋だし..
젠도요우 요우다시..
전도유망하니까..

 

보다 보면 아예 일본어 가사는 없고 한글 발음 가사 + 한글 번역 가사가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참 적기 귀찮으셨을 것 같은데 이렇게 만드신 분도 대단합니다. 아무래도 일본어는 영어만큼 한국 사람들이 잘 배우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일단 이건 아니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래들을 들으면서 느낀 것인데, 제가 자주 듣는 스피드 메탈에서는 정말로 '너와 나'가 없더군요. 위의 가사 몇 줄만 보아도 상황에 대한 설명이죠. 엘프와 드래곤, 인간들이 아이노어의 길목에서 영원한 전쟁을 선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절대 너와 나가 없죠. 몰랐는데 정말 신기했답니다. ^^

한 가지 불편한 것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한자의 수가 방대하다 보니까 아스키로는 안되는 문자들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철칙이 MP3에서는 반드시 가사가 들어가야 한다는 점인데, 보통은 한글 번역 가사를 넣습니다. 위의 On the way to ainor할 때에도, '아이노어로 가는 길목에서'라고 하지 'On The Way to Ainor'라고는 안 적습니다. 왜냐하면 발음을 다 알기 때문이죠. 그런데 일본어는 그게 안되니까 MP3에 LRC 형식으로 가사를 넣을 때 한자를 넣으려고 했습니다. 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가사 한 줄에 번역 붙고 발음 붙으니 3줄이 되지요. 2줄은 수동으로 지워야 합니다.

죽어라 지우고 저장을 해 놓으니 아스키 형식으로 저장하면 문자가 깨진다네요. 아놔 진짜. 하면서 그냥 저장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MP3에서도 깨집니다. T-T 결국 유니코드 형식으로 해봤는데, 이번엔 인식을 못하는 게 아닌가요. 결국 포기했습니다. 내 가사를 돌려주시오. ㅠㅠ

에피소드는 이쯤 해두고, 들은 지 2일도 채 되지 않아 벌써 좋아하는 곡이 생기고, 싫어하는 곡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더 추가해나가야 할 텐데 ^^; 이렇게 익숙해짐에도 불구하고 밖에서는 죽어도 못 듣겠더군요. 이건 진짜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제 잠시 친구랑 나갈 곳이 있어서 지하철에서 한번 노래를 들어볼까, 하다가 30초도 안 지나서 결국 노래를 바꾸었습니다. 아아~ 부끄러워요~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드는 노래는 위에 나온 "Don't Say Lazy", "Cry Baby", "Super Driver" 정도입니다. 모두들 흥겨운 노래입니다. (하나는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취향과 다르게 선택을 하더라도 이런 노래가 저절로 귀에 들어옵니다. ^^ 개인적으로 조용한 노래는 아주 우울할 때나 너무 시끄러운 노래를 많이 들었을 때만 들어서 들을 기회가 적은 것 같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애니메이션 노래를 통해 일본어로 된 노래에 익숙해지고, J-POP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싶습니다. 전 지금까지 너무 노래를 폐쇄적으로 들어왔고, 그것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외면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TT 폐쇄정책의 돌파구로는 일본 노래로 정했습니다. 현재는 어색한 것일 뿐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더 익숙해졌으면 합니다. 물론 애니메이션 노래와 스피드 메탈, 둘 다 상당히 마니아적이긴 합니다. 그 부분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뭐 저 혼자만 듣는 것도 아니고요.

마지막으로 노래의 추천에 수고해주신 분들, 이 글에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덕택에 좋은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을 때 누군가 도움을 간접적이건 직접적이건 준다는 것은 도움 받는 입장으로써 상당히 기쁩니다. 이 글은 카페에도 링크를 할 건데.. 흐음.. 제 딴엔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너무 형식적인 말이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지 않을까요? 이 부분은 지워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