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바이오스 부팅이 매우 느려졌다?

 

 

오늘 매우 희귀한 경험을 했습니다. 사실 희귀한지 아닌진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희귀하니까 그런 셈 치자고요. 평소와 같이 컴퓨터를 키는데 바이오스의 마크가 지나가는 편에서 정말 느려지더군요. 보통은 2초 정도 기다리면 바로 멀티부팅 선택 메뉴가 나와야 하는데, 유독 여기서 1~2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겁니다. (사진 위 참고) 저 화면만 2분 내내 보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부팅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은 분들이라도 울화통이 치밀겁니다. 원래는 2초만에 나타났다가 꺼져야 하는 화면입니다.

저 상태에서 바이오스 셋업을 가려고 해도 1분 후에나 가능하더군요. 정말 알 길이 없었어요.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Vista 쪽의 부팅은 잘 되는데 XP 쪽의 부팅은 혼자 3분을 먹는 겁니다. 단연코 저는 컴퓨터를 험하게 쓰는 사람도 아닐 뿐더러, 사양도 괜찮은 컴퓨터기 때문에 Vista나 XP나 모두 40초 정도 이내에 부팅이 완료됩니다. XP는 더 빠르고요. 그런데 3분이라고요? 말도 안 되는 숫자입니다.

 

 

이 화면만 3분 동안 미친 듯이 쳐다보세요. 그것도 40초 내 부팅이 완료되었던 컴퓨터에서. 사람 돌아 버립니다. 마침 제가 XP에서는 Avast!를 지우고 MSE를 설치했던 터라, 그것 때문인가 싶어서 그랬는데 아니더라고요. 저는 XP는 완전히 게임 용이기 때문에 전혀 건드는 게 없습니다. 있다면 윈도우 애니메이션을 없앴다는 것 정도 밖에는요. 사람 환장할 노릇이죠. 그렇다고 하드웨어 문제였을까요? 택도 없는 소리였습니다. 전 컴퓨터에 한해서는 재생버튼 + USB + 헤드셋 + 리셋 버튼 외에는 절대 건드리는 게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정말 아무것도 만지지 않았고, 아무것도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Windows의 부팅 전인 BIOS 쪽은 또 왜 이렇게 느릴까요? 일단 바이오스 쪽에서도 느리니까 Windows 같은 OS 쪽은 신경을 껐습니다. 추적을 해봤죠. 바이오스가 하는 일이 무엇이길래. 하드를 읽고 장치를 확인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는 또 의문점이 아까 적어 드린 바와 같이, 전 전혀 만진 게 없거든요. 컴퓨터가 오래되어서 배드섹터? 택도 없는 소립니다. 하드 순위? 그것도 확인 해 봤습니다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왜 그럴까 싶어서 본체를 뜯어 봤습니다. 하나하나 빼었다 꽂아보았죠. 결국 문제는 CD-ROM에 있었습니다. CD-ROM 커넥트를 한번 빼고 부팅을 해 보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더라고요. 정말 신기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정말 어이 없었죠. CD-ROM을 연결 해제하고 부팅을 하는 그 순간에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CD-ROM을 써본 것이 딱 세 번인데, Windows XP CD 부팅, 앨범 시디 2장 읽은 것 밖에 없었거든요. 그렇다면 고장임을 염두에 두어야 했습니다. 산지 3달 밖에 안 되었는데 고장이라니!

가슴 철렁 이고 나서 다시 연결한 후에 재부팅을 해보니, 다행스럽게도 다시 연결하니 속도는 원래의 속도를 되 찾았습니다. XP도 40초 내로 부팅 되고, 바이오스 또한 정상적으로 움직이거든요. 제가 겪은 일 중에서는 희한한 축에 속하기 때문에 짧게나마 적어봅니다. 바이오스에서 부팅이 심하게 지연된다면 필히 하드웨어를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 같은 증상은 드물지만 꽤 일어나는 것 같네요. 한동안 바이오스 컨슈머 서비스를 받을까도 생각했는데 그것은 제가 생각해도 귀찮은 일이어서 관두고 하드웨어를 살펴보긴 했지만, 정말 저도 어이가 없네요.

CD-ROM에 죄가 있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