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Origin(OS3874XVC) 대란
지난 10월 14일 아주 흥미롭고 사용자 입장에서만 기분 좋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Electronic Arts(EA)에서 서비스하는 Origin(오리진)에서 할인 쿠폰을 뿌린 것인데요. 원래 취지는 프로모션 이벤트에 참여한 사람들에 한하여, 프로모션 키 코드를 발급하여 주고, 20달러 미만의 게임들은 '무료'로, 그 이상의 게임들은 20달러를 차감해주는 형식의 나름 흥미로운 이벤트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한이 없게 설계되었다는 것과, 프로모션 키 코드가 개개인에 대한 발급이 아닌, 하나의 키 코드였다는 것입니다. 바로 OS3874XVC가 이 키코드인데요. 처음엔 장바구니에 있떤 모든 게임들이 할인되었던 버그가 있었으나 추후 수정되어 무조건 한번에 하나씩 주문할 수 있도록 변경이 되었는데..
공짜라면 어떤 귀찮음이라도 마다하겠습니까. 한 개씩 한 개씩 꾸준히 적립하는 사람들은 아주 많았고.. 결국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리진이 3위까지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온라인 게임이 아닌 패키지 시장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은 최초이거나, 아주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관련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고.. 회사 입장은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대체할 수 있겠지요. 출처는 이곳입니다.
원래 이벤트는 21일까지라는 듯 하나 현재는 또 다른 구입은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1-1. 나는?
저는 처음에 이 내막이 무엇인지 자세히 몰라서(처음에 설명한 것은 글을 작성하면서 정리한 내용입니다.) 얘들이 Steam(Valve 사의 ESD 시스템)과 경쟁을 위해 홍보를 제대로 하는구나! 하고 오늘 하루만 왕창 Giveaway of the Day와 같이 팡팡 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도 게임 받았지요.
뭘 할까 고민을 좀 하다가 폭력적인 것보다는 예전에 아주 인상 깊은 기억이 있는 미러스 엣지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게임은 쉽게 말해 지붕 타고 뛰댕기는 한 소녀의 이야기인데.. 쉬운 조작감과 화려한 그래픽이 실로 멋집니다. 실제로 해보니 엄청 재밌군요. 기회가 된다면 조만간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몇 가지 편법을 통해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저 또한 시도를 해봤는데, 두 번째는 크라이시스라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이 이벤트가 급종료 테크를 타더군요. 아쉽기도 하지만 시도했을 때 비정상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아서 크게 억울하지도 않고, 미러스 엣지 하나로도 만족하고 있습니다만..
사람 심리라는 게 하나만 더..하나만 더..하다 보면 계속 아쉬운 것이죠. 결국 어제 Origin 서비스는 거의 굼벵이 수준이었습니다.
1-2. 급 종료!
결국 이벤트는 급 종료를 맞이하게 되었고.. 현재 중복 사용자들의 향후 처리 방안에 관하여 여러 가지 유언비어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한 계정으로 여러 가지의 게임을 받은 것은 원래 취지에 위배되므로, 한 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취소될 것이다, EA가 얼마나 큰 회사인데 고작 그것 갖고 쪼잔하게 그러겠느냐, 그냥 올밴(차단)이다 자식들아, 같은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은데,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공식 발표가 없었습니다. 주말이라서. (!!)
제 개인적으로는 이벤트 체면도 있고 Origin이 워낙 Steam에 발리기도 하니 모두 허용시켜줄 것 같기도 한데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군요.
전 개인적으로 패키지 게임을 좋아하지만 패키지 게임은 콘솔로만 해야해! 라는 고정관념이 박혀있어서 PC는 사용할 생각을 잘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점점 거대화되고 있는 ESD 시장에 대해 직접 접해보고, 미러스 엣지를 플레이하면서 여러 가지 편리한 점을 깨달았습니다.
2. ESD 시장
이번 일을 계기로 게임 다운로드도 즐거웠지만, ESD 시장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ESD란 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의 약자로, 한 마디로 인터넷으로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결제는 이러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요.
게임 업계의 ESD 시장은 Valve가 실험적으로 서비스한 Steam이 현재 대박을 쳤고, 그 외에도 몇 가지 ESD 시스템이 있는데, EA의 Origin, Blizzard의 Battle.net 정도가 있겠습니다. 사실 이 개념은 돈 주고 소프트웨어를 구매한다는 모든 방식이 적용된다고 생각해도 되는데, 백신의 시디키만 발급 받는다던가, Google Play에서 App을 구매한다던가 하는 일련의 모든 것이 ESD입니다.
2-1. 게임 업계의 ESD
현재 게임 업계의 ESD는 Valve가 가꾸고 있는 Steam이 거의 독점이라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EA가 중소기업, 인디 게임 개발 업체들을 인수하는 것과는 대비되게, Valve는 그런 쪽의 지원이 상당하다고 잘 알려져 있으며, 더불어 엄청난 할인 공세로 인한 게임을 저렴하게 정품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들이 많기에 Steam의 사용자의 충성도는 대단한 편입니다.
후발주자로는 EA의 Origin이 있는데 그렇게 자주 쓰이지는 않지요. 그래서 지금 일련의 Origin 대란은 일종의 홍보(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로 EA는 Origin이라는 자사 플랫폼도 있지만 EA의 게임들을 Steam에 등록하여 판매하기도 하니, 그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외에 Blizzard의 Battle.net도 한 종류로 볼 수 있는데, 이 쪽은 원체 다양한 게임 라인업을 내는 쪽이 아니라 다른 쪽과는 아예 별도로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연관성이 없습니다. 현재 업계는 Origin vs Steam이지요. 압도적으로 Steam이 우세이지만 말입니다.
아주 조금이지만 ESD를 써보니 몇 가지 장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2-2. 장점
첫 번째로, 패키지 구매가 필요하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즉 해외에만 출시된 게임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해외 출시 게임을 국내로 배송하여 오면 대리구매일 경우 수수료+배송료 등으로 가격이 엄청나게 부는데 그럴 일이 전!혀! 없지요.
두 번째로, 간편한 결제가 됩니다. 처음 신용카드를 등록한다면 버튼 하나로 모든 구매를 끝마치고 바로 게임의 다운로드 및 실행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메리트로 꼽힙니다. 물론 어떤 곳은 해외결제가 되는 것이 필요하긴 하지만..
세 번째로 할인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패키지 제작이 필요하지 않고, 홍보 등이 모두 웹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인건비, 제작비 등을 모두 뺀 말 그대로 '원가'의 할인이 가능합니다. 75%까지도 할인이 가능한데, 사용자도 긍정적이고, 제작사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실제로 매출이 엄청 뛴다고 하네요.) 특히 할인은 거의 Steam의 독보적인 매력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 앞서 언급한 인디 게임들이 날개를 펼 수 있습니다. 패키지 제작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이것은 Google Play나 AppStore에서도 어느 정도 증명된 바 있습니다.
여섯 번째로는 비교적 자유로운 클라이언트 환경인데, 기존의 콘솔 등은 자막 한글화/음성 한글화가 없다면 거의 끝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글패치가 가능한 PC판만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고, 더불어 불법판도 판을 쳤습니다. 그런데 Origin이나 Steam으로 구매한 게임은 엄연한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글패치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게 규정을 어길 수도 있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구매한 계정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이 있겠습니다. 물론이지만은, 패키지 게임으로 구매한 것도 Origin이나 Steam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2-3. 단점
단점은 딱히.. 국내에 서버가 없으면 다운로드 속도가 좋게 나오기 힘들고, 더불어 그 회사가 망한다면 ESD는 더 이상 다운로드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기는 한데, 국내에는 크게 해당되지 않고, 이 시장이 워낙 큰 시장이라 회사가 쉽게 망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3. 느껴보니..
Steam과 Origin 둘 다 직접 사용을 해 보았는데, 상상 이상으로 편리합니다. 지금까지 제 마인드에서 패키지 게임은 배송을 시키고.. PS3나 xBox360을 구동하여 설치하고 하는 그러한 플레이를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Origin과 Steam은 그런 것이 없지요. 그냥 결제 한번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디스크, 저 디스크 찾지 않고, 버튼 몇 번만 누르면 이 게임 저 게임을 왔다 갔다 하며 구매할 수 있지요. 이러한 점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굉장한 장점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Origin과 Steam은 일종의 게임 상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게 내 기분, 취향대로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지요.
실제로 Steam을 보니 할인하는 게임이 정말 많습니다. 전에 얼핏 본 기억이 있는데, 게임 웹진 inven의 인터뷰 중 Steam의 할인 정책을 활용하여 1,500편이 넘는 게임을 보유한 사용자가 국내에 있었을 만큼, 게임 소유욕 + 저렴한 할인 정책은 오히려 좋은 판매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전 그 동안 패키지 게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된 ESD 게임을 무시한 경향이 있었는데, ESD 플랫폼은 잘 구축만 해 놓으면 사용자 친화적이고, 훨씬 경제적인 사용자와 제작사, 유통사 모두 Win할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판매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더욱 더 사람을 불리고, 충성도 높은 사용자 층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Steam과는 달리 Origin 자체의 평은 아주 안 좋은 쪽입니다. 지금까지 ESD의 개념 자체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지만, EA와 Valve의 평을 들어보면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EA가 Valve의 할인 정책을 깐다던지.. 그럼에도 Steam에서도 게임을 판다던지..(삼성vs애플?)
특히 프로그램 상의 버그와 지원 문제 등은 제도의 이점과는 별개로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ESD 자체는 매우 이상적인 시스템이고, 정품을 유도하는 매우 간단한 방식입니다. 앞으로 Steam이나 Origin이나, 여러 ESD플랫폼은 더 커지면 커졌지 축소되리라 보여지진 않는군요. 물론 전 아직도 Video File보다는 Blu-Ray Disc가 더 좋고, 음원보다는 음반이 더 사랑스럽고 좋습니다. 그리고 기왕에 ESD와 패키지 가격이 비슷하다면 패키지를 선택하겠습니다. 하지만 시리얼 키는 등록하게 될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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