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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Story/British Drama and TV

[감상] BBC 셜록(Sherlock) | 변하다, 변하지 않다.

지난 2010년,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가 있었으니, 바로 BBC 셜록입니다. 이미 많은 떡밥 썰을 풀어놓기로 유명한 '스티브 모팻'과, 작가이면서도 직접 배우로 활동하는 것을 즐겨하는 '마크 개티스'.. 이 두 인물만 해도 이미 국내에선 꽤 알려진 상태였으니 폭풍을 몰고 오기 충분했습니다.

거기다 셜록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제대로 제작을 한다는 것은 전 세계 홈지언과 셜로키언, 셜록 홈즈의 팬들의 마음을 무릇! 설레게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대단한 수준의 현대판 셜록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호평을 받아 각지로 수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판 더빙을 꼭 보고 싶은데 어디서 구할 길이 없네요.)

또한 KBS가 셜록을 더빙 수입할 때의 완벽한 캐스팅과 완벽한 센스번역 (Wrong을 땡!으로 번역한다거나)은 우리나라 원작 팬들을 모두 만족시켜주었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의를 품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최고의 더빙/번역이었습니다. 그렇게 3부작으로 짧지만 굵은 임팩트를 남긴 셜록은 2011년 한 해는 결방한 뒤, 2012년 01월 01일 드디어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영드갤러는 하악하악 거렸지,..

 

1. 시즌1에 완벽히 이어져 시작하다

 

지난 시즌1에 대한 스포일러를 잠시 해보자면, 모리어티는 수영장에서 왓슨을 속여 폭탄을 둘러내 셜록과 만나고, 앞으로 자신의 일을 방해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 뒤 떠나려 합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변덕을 부려, 결국 죽이려는 긴박한 상황에서 마무리가 되었지요. 그 긴박한 상황에서의 엔딩은 짜릿함과 동시에 서운함을 남겼고, 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2011년에는 결방한다는 점 덕택에 더 아쉽게 와 닿았습니다.

대개의 경우 이런 장면은 다음 시즌이 시작되면 보통 원래대로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 일행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의 진행을 하고는 하죠. 하지만 재미있게도 셜록에서는 시즌1의 그 다음 이야기를 바로 이어갑니다. 의외로 이 부분에서 만족감을 느낀 팬들도 꽤 있었으며, 저 또한 그 팬들 중 하나입니다. 다시 말해 시즌1과 시즌2의 갭이 거의 없다는 뜻이겠지요.

 

2. 착해진 셜록?

 

시즌2를 보면서 전반적으로 바뀐 것이 눈에 띄는 인물이라면 단연 셜록일 것입니다. 전 홈지언이나 셜로키언은 아니지만, 시즌1에서의 셜록 캐릭터와, 시즌2에서의 셜록 캐릭터가 약간 바뀐 것을 작품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작 중 마이크로프트가 허드슨 부인에게 '입 좀 다물어요!'라고 말하자, 셜록과 왓슨이 '마이크로프트!!!'라고 감정을 실어 비난한 부분이 있습니다. 시즌1에서의 왓슨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셜록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죠.

더불어 몰리가 자신에게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셜록의 행동(몰리의 볼에 키스)은 아마 누가 봐도 기존 셜록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시즌1에서의 셜록에게 있어 몰리는 그저 까임의 대상이었을 뿐이었거든요. 물론 뭐, 시즌2라고 달라질 바 없지만 그 행동은 굉장히 의외였습니다.

그 밖에도 담배를 피우는 셜록이라던가 하는 설정(이 담배 설정은 2010년을 무대로 하면서 '니코틴 패치'로 변경된 부분이었습니다.)은 기존의 셜록과는 확연히 다른 셜록을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완벽히 지난 시즌1에서의 캐릭터 성이 깨졌다고 말하는 것은 어려우며, 실제로도 시즌1에서의 성격 대부분은 모두 계승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확실히 예전의 쿨하디 쿨한 셜록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며, 보다 셜록에게 인간미 풍기는 장면들이 많이 연출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의외로 이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팬들도 많더군요. 우리 셜록이 착해지다니!로 절망을 표하는 팬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3. 보헤미안 = 벨그라비아 스캔들

 

이번에도 역시 원작과 신작(2010)에서의 변화된 점이 많이 돋보였습니다. 아이린 애들러는 SM에서의 S(사디스트) 역을 맡았고, 보다 색기가 강해졌습니다. 전에 없던 노출도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그 외에 설정은 모두 원작을 이어 받았는데.. 문제는 단편을 90분짜리로 끌려다 보니 생각보다 내용이 늘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겁니다.

원작에서는 단순히 보헤미안 왕국에서의 스캔들의 부산물인 사진 때문에 아이린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셜록이 그녀를 속이려 하지만 멋지게 셜록을 후려치고 사진을 갖고 해외로 튀는 게 주된 내용이고 단편으로써 더 이상 큰 이야기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중요한 점은 셜록을 이긴 여성이라는 점과, 아이린은 스캔들 사진을 단순히 자신의 호신용으로 갖고 다닌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 이 두 가지 정도뿐이겠지요.

문제는 이 내용이 셜록 시즌2에서도 거의 40분 정도면 끝난다는 점입니다. 90분 중 40분이라니! 나머지는 셜록이 배후에 있는 비밀 이야기들을 캐거나, 아이린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에 주목하며 지나갑니다. 물론 재미는 있었지만 굳이 한 단편으로 한 여성과 셜록의 이야기를 끌어야 했을지도 의문입니다.

결국 원작과 다르게 내용을 이리저리 꼬더니 (마이크로프트의 등장 등..) 중간쯤 가면 조금 지루해진 느낌이 있다는 게 아쉽습니다. 물론 마지막에는 아이린과 셜록을 통해 반전을 보여주면서 스릴감과 재미를 주었지만 그 중간이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은 이루 말할 수 없네요.

셜록&아이린의 관계를 부각시키고 싶었던 모양인데.. 처음과 초중반, 극후반은 마음에 들었지만 중반은 영~ 한번 보면 이해하기도 힘들고 ^^; 아예 그냥 시즌1의 3화처럼 꾸며도 좋을 텐데..

 

4. 활용 폭이 넓어진 '화면 자막'

 

셜록에서의 화면 자막은 TV로는 표현하기 힘든 셜록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 자막입니다. 기존의 셜록의 추리에는 셜록의 말도 있었지만, 그 셜록의 말이 나오기 전인, 시체나 물건들을 보면서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대한 설명은 생략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셜록은 그것을 자막으로 잠깐씩 표현하면서 효과적으로 그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대체적인 예로, 땡!과 뽀송뽀송이 있겠죠?

이번에는 그러한 점이 호평을 들었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종전보다 훨씬 더 많은 화면 자막이 나왔습니다. 왓슨의 블로그에 대한 내용을 화면 자막으로 표현한다던가 하는 점들은 방송 내에서 쓸데없는 대사나 화면을 줄여주어 훨씬 더 원점만을 표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화면 자막의 일환으로 아이린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도 있었고, 초중반에 셜록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도 화면에 비밀번호를 보여줌과 동시에 셜록의 긴장된 표정도 보여주어 작품의 몰입도를 훨씬 향상시켰습니다. 후반부쯤에 모리어티가 입으로 바람을 불러 자막을 날리는 효과 등은 호평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5. 대화와 사건 해결

 

대화와 동시에 사건을 해결한다.. 종종 보이는 연출이지만 셜록 시즌2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아이린과 셜록은 대화를 나누면서 편집을 통해 순식간에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카메라가 움직임과 동시에 방 안과, 사건 현장을 나누어 가며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역시 불필요한 장면을 없애고 더 나은 효과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보여집니다. 무엇보다 화려했어요.

 

6. 허드슨 부인의 워먼 파워

 

지난 시즌1을 보면 허드슨 부인은 거의 공기 취급이었죠. 엉덩이가 안 좋다든가라는 말만 있었고.. 나는 하숙집 주인이지, 메이드가 아니다, 라는 취지의 말 밖에 그 외의 취급은 없었습니다. 다른 주변인물들과의 접점(몰리와의 만남) 등도 별로 없었고, 그 비중이 매우 약했던 게 사실입니다만, 셜록의 성격 변화에서도 말했듯 허드슨 부인의 역할이 셜록과 왓슨에게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인물로 변화했고, 더불어 사건의 중요 포인트로도 움직였습니다.

허드슨 부인이 인질로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히 물건을 지키는 것을 보며 굉장한 반전이다!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시즌1에서의 취급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착각할 수 있습니다.) 허드슨 부인의 캐릭터는 개인적으로 호감이었으므로 전혀 불만 없었고, 실제로도 불만을 가질 셜록의 팬은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

앞으로도 허드슨 부인의 출연 비율이 조금이라도 더 높아지기를 바라며.. 어차피 왓슨은 몰라도 셜록은 허드슨 부인 없으면 못 삽니다. ( …)

 

7. 왓슨의 여친은 과연..

 

이번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왓슨의 여친 구하기가 시작됩니다. 원작에서는 결국 어찌어찌 결혼하여 작품의 후반까지 왓슨은 하숙하지 않고 따로 사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과연 현대 셜록에서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블로그 질도 시작한 왓슨이므로, 조만간 그 행보가 나오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왓슨과 셜록, 즉 베네딕트와 마틴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고, 저 또한 그렇습니다. 아무튼 한번 차였으니까 지속적으로 구애(!) 활동이 시작될 것 같기는 한데, 앞으로 이 부분을 자주 찍게 될 지는 모르겠네요. 만약 시즌2에서 떨어져 살게 된다면 에피소드 최대 6화만에 따로 사는 게 되는데.. ( …) 제가 각본가이고 감독이면 절~대 떨궈놓지는 않겠죠.

 

8. 마지막 장면은..

 

끝에 가서 갑자기 처형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 갑자기 베드 엔딩이 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원작에서는 분명히 셜록은 그녀를 놓치고 그녀는 웃으면서 빠져나가거든요.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으로 셜록이 나타나서 그녀를 구해주는데, 이 장면에 대해서 팬들의 논란이 분분합니다.

단순히 생각하면 셜록이 구해준 것으로 끝나게 되는데, 셜록이 초인도 아니고 중동으로 날아가는 게 가능한지.. 결국 셜록의 상상은 아닌지.. 이런 추측들도 난무하고 있습니다. 전 해피엔딩이 좋기에 전자로 생각하지만, 이 마지막 장면은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9. 전체적으로?

 

1년을 기다려 왔으므로, 새해 처음부터 셜록을 만난 것은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더 화려해진 촬영, 전체적으로 비중이 적은 여성 캐릭터의 활약 등, 전체적으로는 즐겁게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바뀐 셜록의 성격은 충분히 거부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보헤미안 스캔들의 소재를 90분으로 끈 것도 약간 지루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리 저리 꼰 게 좀 심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판단은 어느 정도 시청자가 판단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끝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좀 애매한 느낌입니다. 물론 셜록이 웃으면서 끝을 낸 것을 보니 나름대로 해피엔딩일 것 같기에 크게 불만은 없지만, 애매한 끝은 정~말 싫습니다.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큰 반전 요소죠. ^^

그것들과는 별개로, 지루할 만 하면 나타나는 반전 요소들은 90분 내내 자칫하면 복잡하고 지루한 요소들을 한번의 임팩트로 잠시 깨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에피소드도 전체적으로 무난하다고 보여지네요. 전 그저 드라마를 보는 게 좋기에. 뭐가 어떻다 해도 셜록은 평작 이상은 할 것입니다. 내일 2화 하는데 기다려지네요!